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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되돌아 본 나의 인생/찰스 핸디

럭키홍 2008. 4. 2. 15:29

 

                    찰스 핸디의    < 노년에 되돌아 본 나의 인생 >

1. 개인의 진정한 삶의 모습은 보통은 대중의 시선에 포착되지 않는다.
연예인처럼 대중적인 관심을 끄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파파라치도 그들의
삶의 진면모를 다 포착하지는 못한다. 아마도 스스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겠지만, 자신조차도 항상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죽음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는 잃을 것이 많지 않으므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다.


2. 여든의 나이에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면, 지금 시간과 정력을 쏟는 많은 것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보잘것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가장 친한 친구가 여러분의 죽음을 맞아서 추도문을 읽는다면
친구는 아마도 상세한 경력 따위는 대충 넘어가고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추억거리 한두 개를 곁들이고, 고인이 알았던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
당연히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 어떤 사람이었으냐가 중요할 것이다.

3. 나도 오십 대에 이런 연습을 해 보았다.
당시 경험으로 남들한테 인상 깊은 이력서를 만들고자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에는 시간낭비일 뿐임을 깨달았다.
초기 경력에서 내가 이룬 것들-사실
변변한 것도 아니지만-이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져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조직이란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과거 익숙했던 얼굴과 이름마저 금세 잊어버린다.
한때는 내 말에 따라 움직이고 내 이름이 누구보다 중요하던 곳이라도 시간이
지나서 가보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이름이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교훈도 없다.

"한 때 내가 여기 회장이었지."
접수 담당자한테 그렇게 말했다.
"아아, 그러세요?" 그게 전부였다.
세상의 영화는 한낱 구름처럼 흩어진다."

4. 그럼 경력 따윈 잊자. 수십 년 동안 그렇게나 집착해온 것이지만.
책도 잊자. 땅 속에서 썩어갈 육신도 잊자. 사후에 너무도 하잘 것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고통스럽지도 않다.
개인으로서 나에 대한 기억은 내가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 즉 가족과 몇몇
절친한 친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이리라.
어떤 식으로든 불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를 기억하는 타인의 마음과 가슴속에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25년이 흐른 지금, 나는 오히려 살아계실 때 보다 많이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다소 소름끼치기도 한다.

5. 한 때 나는 성직자의 길을 갈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한 적이 있다.
나한테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지 말라고 충고하던 주교님의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정확하고도 옳은 말씀이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지금 하는 일을 하게.
자네는 사제들이 결코 만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위치를 활용해서 옳은 일을 하게.
자네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교님의 말은 나한테는, 일종의 면책조항 역할을 해주었다.
이후로 나는 이 말을 핑계삼아 내가 아는 일에만 매달렸다.

6. 아리스토텔레스도 주교님의 말씀에 동의했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라.'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우리는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우리를 규정한다.
-찰스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 pp.34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