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대통령 자서전 1 >
그동안 여러 자서전을 읽어왔습니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고
좀 놀랬습니다. 현안과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해서 그 처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정리할 수 있는 대통령이 얼마나 될까?
정말 'smart'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자서전 가운데 인상적인 대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세속주의를 공언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영적으로 각성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천성적으로 인정과 자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인생의 대부분을, 때로는 스스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런 마음을
베풀면서 살았다.
2.무엇보다도 어머니는 평생 경이에 찬 눈으로 생을 대했다.
삶 그 자체와 소중하지만 순간적인 삶의 본질에 대한 경외감을 경건함으로 표현해도
좋을 만했다. 어쩌다 그림 한 점을 보거나 시 한 구절을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곧잘 어머니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조금 자라자 가끔 나를 한밤중에 깨워 유난히 눈부신 달을 바라보게
하거나 황혼 녘에 함께 산책하면서 두 눈을 감고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곤 했다.
3. 어머니의 그런 정신은 아버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탱해 준 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처에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사춘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나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결국에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로 이끌어 준 힘이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처에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사춘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결국에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로
이끌어 준 힘이 되었던 것이다.
4. 내가 맹렬하게 야심을 쫓았던 것은 아버지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말 없는 욕구가 내면에 쌓이게 되었고,
아버지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나의 야심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5. 하지만 어머니의 기본적인 믿음이 내 야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나는 정치 철학을 공부하면서 공동체 건설과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논리와 실천 시스템을 다 같이 모색하고자 했는데, 이것은 어머니의 가치 기준에
부합하는 일이었다.
또한 나는 대학을 졸업한 뒤, 실직과 마약, 절망에 맞서 싸우고 있는 시카고 여러
교회를 지원하는 지역 사회 운동가로 일하기로 작정했는데, 이런 활동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가치 기준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지 모색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6. 시카고 목사와 평신도들과 함께 일하면서 공직 생활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그런 경험은 나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강화시켜 주고 보통 사람이
비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7. 오늘날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이 나도 아버지가 없는 집안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내가 두 살 때 이혼한 탓으로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 이후 가끔씩 보내 주는
편지나 또는 어머니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알 뿐이었다.
내 삶 주변에도 성인 남자들은 있었다.
내가 4년 동안 함께 살았던 의붓아버지와 그 이후 외할머니와 함께 나를 키워 준
외할아버지가 그들이었다. 두 분은 다 좋은 사람으로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주었다. 그러나 이 두 분과의 관계는 부분적이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
8. 그 대신 내 삶의 중심을 잡아 준 사람은 여성들이었다. 다름 아닌 외할머니와
어머니인데, 외할머니는 실용적인 생활 태도를 끝까지 견지해 가계가 빚에
쪼들리는 일을 막았고, 어머니의 사랑과 맑고 깨끗한 정신은 누이동생과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이 두 분 때문에 내 삶에서 뭔가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9.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면서, 집안에 힘 있는 남자가 버텨 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우리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또 아버지가 곁에 없다는 것이 어린이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가를 알게 되었다.
자식을 나 몰라라 하는 생부의 무책임성과 의붓아버지의 서먹한 태도, 외할아버지의
실패와 좌절이 모두 나에게 생생한 교훈이 되었다.
그래서 내 자식들에게는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출처: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 pp. 294-295, 481-482.
< 오바마 대통령 자서전 2 >
오바마 대통령의 무모한 연방 하원위원 도전에서 실패하고 재기를 모색하는
시간들에 대해 회고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한 인간이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나는가 그리고 그의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일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성이란 면에서는 탁월한
인물입니다.
#1.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독립성과 호의적인 평판, 결혼 생활이
위태로워진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탈 없이 지켜나갔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나빠진 것도 있다. 그중엔 그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지는 것도 있었다.
사람은 대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결정에 익숙해지게 마련인데,
가령 늘 같은 식으로 생각하는 버릇의 경우 맹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맹점은 타고난 것이거나 자란 환경 탓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진다.
절름거리는 걸음걸이가 틀림없이 고관절의 통증으로 이어지는 것만큼이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런 성격상의 결점이 더 나빠질 것은 분명하다.
#2.내 결점 중 하나는 자족하지 못하고 부단히 무언가를 추구하는 태도였다.
일이 잘 풀려 나가고 있어도 만족할 줄 몰랐고, 고마운 일이 눈앞에 뻔히 보여도
감사할 줄 몰랐다. 물론 오늘날 많은 사람이 이런 결정을 갖고 있으면, 이는
미국인 고유의 특성으로도 여겨지지만 이런 결함은 정치판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3. 사실 정치판이 이런 특성을 부추기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는 알 수 없다.
전에 어떤 사람이 "누구나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거나 아버지의 실수를
만회하려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도 내 별난 고질병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4. 여하튼 이런 성격 때문에 나는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 현직 하원의원을 상대로
후보 선출 예비 선거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도전이 결국 참패로 끝나면서 인생이 늘 계획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5. 부인, 분노, 타협, 절망,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자 내게 한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주 상원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에 다시 전력을 다하면서 내 재량으로 이뤄 낼 수 있는
개혁과 의안 제출에 만족했다
#6. 또한 전보다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며 두 딸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아내를 아끼며 장기적으로 가정 경제를 꾸려 나가야 하는 내 의무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운동을 즐기고 소설책을 읽는 여유도 되찾았다.
그리고 지구가 태양주의를 공전함에 따라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계절이 찾아오고 바뀌는
원리를 헤아리게 되었다.
#7. 연방 상원 위원에 출마하겠다는 완전히 정신 나간 발상을 하게 된 것은
이렇듯 내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안 되면 때려치우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지금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이며 수입도 좋은 생활 방식에 안주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 구상을 시험해 본다는 심정이었다. 확신보다도 불쌍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아내는 나의 마지막 출마 시도에 찬성했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서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만큼 자신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아내가 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게 했다.
#8. 일부 독자들은 이들 쟁점에 대한 내 설명이 충분히 균형 잡혀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런 비난을 나는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결국 나는 민주당원이다.
대부분의 주제에 대한 내 견해는 <월스트리트저널>보다는 <뉴욕타임스> 사설란 내용이
더 가깝다. 나는 보통사람들보다 부유하고 유력한 사람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 정책에
분노하며,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 pp.6-16.
'명시및 명글의 고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0) | 2009.09.19 |
---|---|
인생에서 꼭 필요한 5가지 "끈" (0) | 2009.07.20 |
나 하나 꽃 피어 - 조 동 화 - (0) | 2009.02.13 |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 (0) | 2009.02.08 |
인생은 B와 D사이에 C다 (0) | 2009.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