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강국 안전나사 조이자]<2> 한국 원전의 5대 취약점
① “해발 10m 원전, 3m 쓰나미에도 침수위험… 육상 방호벽 필요”
《 동아사이언스팀이 국내 원자력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전화 및 대면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은 우리나라 원전 시설 가운데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진해일(쓰나미) 대비 시설’ ‘전력 공급 시설’ ‘사용후핵연료 저장소’를 꼽았다. 전문가의 55%가 “쓰나미 대비 시설이 취약하다”고 밝혔으며 전력 공급 시설(20%)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소(15%)가 그 뒤를 이었다. 원전에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사항으로는 신속한 대응체계와 창의적인 대응시스템 등 ‘사고 대비 매뉴얼’에 대한 내용이 47.5%를 차지했고 “노후 원전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7.5%)도 3번째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쓰나미 대비 시설을 제외하면 국내 원전은 설계기준상의 안전장치가 충분하다”면서도 “이번 일본 원전 사고처럼 설계기준을 뛰어넘는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려면 5개 분야에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보 28일자 A1면 [原電 강국…]일반인 22%만 “안전하다”
A2면 [原電 강국…]<1> 일반인-전문가 안전 시각차
국내 원전은 쓰나미에 대비해 해수면에서 10m 높이에 건설됐다.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은 7.5m 높이에 있지만 방파제가 있어 10m 높이의 파도에도 안전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쓰나미의 속도를 간과한 수치다. 3m 높이의 쓰나미가 시속 320km로 밀려오면 10m 높이는 쉽게 넘을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덮친 쓰나미의 속도는 시속 700km였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방파제는 쓰나미에 효과가 없다”며 “육상에 쓰나미 방호벽을 만들어 원전 정면으로 밀고 들어오는 쓰나미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미야기 현의 오나가와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 비슷한 규모의 쓰나미 충격을 받았지만 방호벽이 있어 침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② 비상용 발전기 지상1층 보관… 쓰나미 덮치면 침수될 가능성
국내에 있는 원전은 전력이 끊겼을 때를 대비한 설비를 갖췄다. 주 전력이 끊기면 외부 송전선에서 전력을 끌어 온다. 송전선이 파손되면 원자로마다 2대씩 설치된 비상 디젤발전기가 가동된다. 이마저도 끊기면 원전 용지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에서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상 발전기가 모두 지상 1층 높이에 보관돼 있어 쓰나미에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의 비상 발전기도 쓰나미에 침수돼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비등형 원자로’ 방식인 일본과 달리 별도의 증기발생기가 있는 ‘가압형 원자로’를 사용하는 한국 원전은 전력이 끊겨도 냉각수가 자연 순환하며 72시간 동안 원자로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증기발생기가 고장이 나지 않고 냉각수가 순환하는 관에 균열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③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보단 원자로처럼 격납용기에 넣어야
우리나라는 원전에서 쓰고 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수조에 임시로 저장하거나 원자로 건물 옆에 있는 저장고에 따로 보관한다. 사용후핵연료 냉각수는 전기로 가동되는 냉각 장치로 식힌다. 수조와 저장고는 원자로와 같은 수준의 내진 설비와 비상전력 설비가 있지만 원자로처럼 단단한 격납용기는 없다. 전문가들은 “저장고가 큰 충격을 받아 균열이 생기고 냉각장치가 고장 나면 사용후핵연료가 공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격납용기의 역할을 하는 단단한 뚜껑을 덮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공간이 2016년부터 완전히 포화상태에 이르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④ 사고 대응체계 상황 따라 유연하고 창의적인 매뉴얼 마련을
사고를 막지 못했다면 사고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심각한 사고는 기존 매뉴얼로도 수습이 어렵다. 국내 원전의 중대사고 관리 매뉴얼은 전력 공급을 전제로 한다. 원자로나 격납용기의 온도와 압력을 측정한 뒤 그에 따라 대처하기 때문이다. 전력이 끊기면 ‘눈뜬장님’이 되는 셈이다. 일본 원전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고 대비 전체 매뉴얼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매뉴얼을 뛰어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다 시간을 허비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⑤ 노후원전 점검 ‘선수’인 운영사가 심판도 봐… 독립기관 나서야
국내 원전은 건설한 지 10년이 되면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받는다. 이 평가는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평가서를 작성하면 정부가 위탁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평가서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후 원전 평가를 운영사가 하니 ‘선수가 심판’인 격이다. 한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국제기준에 따라 평가서를 작성하지만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중요한 실사(實査)는 외부의 안전규제 기관이 독립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 PSR 제도에서는 원전에 이상이 감지돼도 운영사가 ‘조치 중’ 또는 ‘조치하겠음’으로 이행평가서를 정부에 제출하면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2, 3차 협력업체 감독권한 없어 안전관리 허점 ▼
세계 1등 실적주의 함정
한국 원자력발전에서 ‘세계 1등’을 강조하는 실적주의가 원전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자력 분야 관계자들은 ‘원전 이용률 세계 최고’ ‘비계획발전손실률 최저’ 등 효율성 지표가 원전 운전 인력의 실적 평가에 지나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이용률은 연간 실제 가동시간을 1년 총시간(365일×24시간)으로 나누면 나오는 지수로 높을수록 우수하다. 우리나라 지난해 원전이용률은 90.59%로 세계 평균(75.97%)보다 14.62%포인트나 높았다. 비계획발전손실률은 정기점검 이외에 고장 등으로 발전기가 중단된 것을 의미하며 낮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 원전의 지난해 비계획발전손실률은 0.6%로 세계 평균 5.3%보다 4.7%포인트 낮았다.
문제는 이 같은 지표가 직원 평가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 실적과 인사고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상 징후가 있더라도 웬만하면 계속 가동하는 운전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은 정지했다가 재가동을 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원전 이용률, 연속운전 등의 지표는 안전 운전을 하다 보면 나오는 부수적인 것으로, 그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직원에게 더 많이 보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차 협력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전에 사용되는 장비와 관련한 하도급은 일반적인 조달청 구매 방식을 따른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에는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1차 협력업체만 관리하도록 돼있다”며 “재하청 업체를 법적으로 관리 감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저가 입찰 관행도 문제로 꼽혔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비리 근절과 구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300만 원 이상 물품은 최저가 입찰제를 실시한다. 원전 협력업체 관계자는 “낮은 가격에 납품을 하게 되면 이를 하청업체가 부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윤 원장은 “계약서에 원청업체가 2, 3차 협력업체까지 관리 감독하는 의무와 권한을 담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⑤ 노후원전 점검 ‘선수’인 운영사가 심판도 봐… 독립기관 나서야
국내 원전은 건설한 지 10년이 되면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받는다. 이 평가는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평가서를 작성하면 정부가 위탁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평가서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후 원전 평가를 운영사가 하니 ‘선수가 심판’인 격이다. 한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국제기준에 따라 평가서를 작성하지만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중요한 실사(實査)는 외부의 안전규제 기관이 독립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 PSR 제도에서는 원전에 이상이 감지돼도 운영사가 ‘조치 중’ 또는 ‘조치하겠음’으로 이행평가서를 정부에 제출하면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2, 3차 협력업체 감독권한 없어 안전관리 허점 ▼
세계 1등 실적주의 함정
한국 원자력발전에서 ‘세계 1등’을 강조하는 실적주의가 원전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자력 분야 관계자들은 ‘원전 이용률 세계 최고’ ‘비계획발전손실률 최저’ 등 효율성 지표가 원전 운전 인력의 실적 평가에 지나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이용률은 연간 실제 가동시간을 1년 총시간(365일×24시간)으로 나누면 나오는 지수로 높을수록 우수하다. 우리나라 지난해 원전이용률은 90.59%로 세계 평균(75.97%)보다 14.62%포인트나 높았다. 비계획발전손실률은 정기점검 이외에 고장 등으로 발전기가 중단된 것을 의미하며 낮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 원전의 지난해 비계획발전손실률은 0.6%로 세계 평균 5.3%보다 4.7%포인트 낮았다.
문제는 이 같은 지표가 직원 평가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 실적과 인사고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상 징후가 있더라도 웬만하면 계속 가동하는 운전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은 정지했다가 재가동을 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원전 이용률, 연속운전 등의 지표는 안전 운전을 하다 보면 나오는 부수적인 것으로, 그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직원에게 더 많이 보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차 협력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전에 사용되는 장비와 관련한 하도급은 일반적인 조달청 구매 방식을 따른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에는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1차 협력업체만 관리하도록 돼있다”며 “재하청 업체를 법적으로 관리 감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저가 입찰 관행도 문제로 꼽혔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비리 근절과 구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300만 원 이상 물품은 최저가 입찰제를 실시한다. 원전 협력업체 관계자는 “낮은 가격에 납품을 하게 되면 이를 하청업체가 부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윤 원장은 “계약서에 원청업체가 2, 3차 협력업체까지 관리 감독하는 의무와 권한을 담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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