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고전이야기)

태평성대’를 불러본다.

럭키홍 2013. 10. 7. 11:32

 

 

                - 태평성대’를 불러본다. -

 

                                              [김충남의 고전(古典)에서 길을…] 130

김충남 | kcn369kr@hanmail.net 입력 2013.10.06 16:50:25 수정 2013.10.06 20:28:24

 

 

<여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의 최고 이상은 ‘태평성대’라 할 수 있다.
태평성대를 나타내는 고사성어로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는 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단순히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 한다.’라는 뜻이 지만 참 뜻을 알기위해 이 ‘고복격양’에 담겨 있는 고사(故事)를 살펴보겠다.

유가(儒家)에서 태평성대와 성군(聖君)의 표상으로 전설상의 인물인 요임금과 순임금을 꼽는다.
때는 천하의 성군으로 꼽히는 요임금이 천하를 통치한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요』임금은 정말로 세상이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궁금하여 평민 복으로 입고 민정 시찰에 나섰다.

어느 네거리에 이르자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요』임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가 이처럼 잘 살아가는 것은 모두가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네,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임금님이 정하신 대로 살아가네.” 자신의 덕치를 찬양하는 어린아이들의 노랫소리에 마음이 흐뭇해진 요임금은 어느새 마을 끝까지 걸어갔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얀 한 노인이 우물우물 무언가를 씹으며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흥겹게 노래하고 있었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지면 쉬네, 밭을 갈아 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요임금은 정말 기뻤다.

백성들이 아무 불만 없이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하고 정치의 힘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정치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라고 『요』임금은 만족해하였던 것이다.

▴ 위의 고사에서 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노래가 두 번 나온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로서 ‘우리가 잘 살아가는 것은 모두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네’라고 했다.

두 번째는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면서 흥겹게 부르는 노인의 노래로서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지면 쉬면서 백성들이 잘 살아가고 있으니 임금님의 힘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첫 번째 아이들의 노래에서는 지도자의 덕치로서 잘 사는 것이 태평성대라 하였고 두 번째 노인의 노래에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하고 먹고 쉬는 무위정치(無爲政治)가 태평성대라 했다.

다시 말해 무위정치란 백성이 스스로 일하고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임금도 필요 없이 살아가게 하는 정치를 말한다.
어쩌면 도가(道家)가 이상적 정치로 꼽는 ‘무위지치’(無爲之治)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위정치’와 ‘무위지치’는 인간 누구나가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선본성(善本性)을 지켜나간다 했을 때나 가능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자기 양심을 속이지 않고 양심 대로만 살 때만이 가능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위정치’나 ‘무위지치’는 하나의 이상일 뿐 현실 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 공자는 청송(聽訟)보다는 무송(無訟)이어야 한다 했다.
즉 백성을 다스리는 군왕은 백성들의 송사를 잘 듣고 올바르게 처리해야 한다.(聽訟)
그러나 이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백성들 사이에 그러한 송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無訟)

백성들 간에 송사를 벌인다는 것은 원래 한쪽에 진실하지 못한 자가 있어 그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덕이 밝은 군왕은 그 밝은 덕을 백성들, 특히 진실하지 못한 자에게도 밝히어 마음이 진실하지 못함이 없게 된다 했다.
그래서 송사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했다.

이러한 공자의 말씀도 이상적인 말씀이겠지만 지도자의 덕목과 솔선수범이 국민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를 말해준다 할 수 있다.
과연 오늘날 우리가 따르고 존경하며 또한 우리의 마음을 밝혀주는 지도자가 계시는지 곰곰이 헤아려 보게 된다.

▴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백성들은 모두가 심장병에 걸려 있다.
오늘은 어떤 정치문제로 정치인들이 ‘너 죽고 나 살자.’라는 한판승부의 싸움을 할런지,
내일은 어떤 곳에 묻혀 있던 일들이 폭발하여 우리 가슴을 놀라게 할런지, 또 어떤 높으신 분이 우리 민초들의 가슴을 멍들게 할런지, 이래서 놀래고 저래서 분통터지고 그래서 우리 백성들은 모두 심장병에 걸려 있다.

▴ 우리 백성들이 정가(政街)의 소식을 연예가의 소식처럼 흥미롭게 듣고, 정치인을 인기연예인 처럼 좋아하고,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그분의 이름만 떠 올려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그 분들이 이곳저곳에 계시고, 누구의 힘이나 간섭도 없이 그저 내 한 만큼 살아가는 세상, 이것이 바로 누구나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태평성대가 아닐는지

▴ 그렇다, 목청을 가다듬어 노랫가락이나 불러보아야겠다.
‘충신(忠臣)은 만조정(滿朝庭)이요. 효자열녀(孝子烈女)는 가가재(家家在)라,
화형제(和兄弟) 낙처자(樂妻子)하고 붕우유신(朋友有信)하오리라.
우리도 성주(聖主)모시고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