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야기 - ‘미나리’
맛과 향이 산뜻해 봄의 미각을 돋우는 미나리는 고려 시대에는 ‘근저’라고 불리며 종묘 제상에도 올려졌다. 우리민족의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미나리는 곧은 심지와 생명력, 강인함의 ‘3덕(三德)’ 을 갖춘 채소로도 예찬되기도 했다.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예로부터 귀히 여겨 궁중에 진상하기도 했다. 미나리전· 미나리생채· 미나리무침· 미나리강회 등의 미나리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뿐아니라 매운탕을 끓이거나 김치를 담글 때에도 미나리가 첨가되는 등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 복어탕에 미나리를 넣어 복어의 독을 중화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미나리를 ‘수근(水芹)’이라 부르는데, 성질이 차가우며, 그 맛은 달고 매워서 주로 호흡기와 소화기 계통에 작용한다고 인식되고 있다. 한방 임상에서 미나리는 열을 내리고 소변의 배출을 원활하게 하며, 수분을 소통시키고, 정수(精髓)를 보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갈증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능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술을 마신 뒤의 열독(熱毒)을 다스리고, 대장과 소장을 편안하게 해주며 월경과다에도 좋고, 해열(解熱)과 일사병· 변비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미나리는 비타민과 칼슘· 철분· 수분과 섬유소등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약초로서도 그 효능이 인정되고 있는데,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혈압을 낮춰주며, 장(腸)의 운동을 촉진시켜주는 효과 등이 있어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예방, 변비· 빈혈 등의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자궁을 수축하는 작용도 있어 여성들의 생리통과 냉증의 치료에도 좋은 효과가 보고 되고 있다.
미나리 생즙을 매일 마셔주면 비만이나, 심장질환· 황달· 인후의 통증· 식욕부진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며, 미나리 삶은 물은 오래된 기침이나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하는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땀띠나 동상의 치료를 위해서는 미나리 생즙을 맛사지 하듯 환부에 발라 주며, 관절염에는 미나리와 마늘을 함께 찧어 찜질을 해주면 효과가 있고, 어깨결림이나 류마티즘에는 햇볕에 말린 미나리를 우린 목욕물에 목욕하면 좋다.
미나리는 성질이 차가워서 소화기능이 약하고 몸이 찬 사람은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하며, 간혹 독미나리를 잘못 먹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연월<대전대 대전 한방병원 소화기 내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