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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리 사의(見利思義)-이익을 눈앞에 두고 정의를 생각하라

럭키홍 2008. 11. 30. 16:21


양병무의 행복한 논어 이야기(55) 견리사의(見利思義)
: 이익을 눈앞에 두고 정의를 생각하라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을 알기가 힘들다는 뜻으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다. 믿었던 사람한테 발등 찍힌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실감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사람의 본심이 비교적 잘 들어나는 게 언제일까. 이익을 눈 앞에 두었을 때이다.

공자는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고 하면서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의리와 이익을 제시 한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언뜻 공자가 이윤추구를 부정적으로 본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자는 제자 자로가 완성된 인간에 대한 질문을 하자,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예로 들면서 지혜, 무욕, 재능, 예악을 갖춘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성인(成人)의 세 가지 덕목을 덧붙인다.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구요불망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 :
이익을 눈앞에 두고 의리를 생각하며, 국가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치며,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에 한 것처럼 잊지 않는다.”

여기서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은 안중근 의사가 붓글씨로 자신의 철학과 심경을 피력한 서예작품을 남겨 더욱 유명해진 구절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도 이 말을 인용하여 공직자들에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질 만큼 비장한 각오로 일할 것을 주문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게 된 구절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는 이익 보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을 얻는 과정이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라는 뜻이다. 이익이 된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쫓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공자는 이윤추구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크고 작은 이익의 문제에 부딪힐 때 공자의 이 말은 좋은 기준이 되고 있다. 이익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할 때 이것이 의로운 것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단 모든 과정이 공개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부정부패는 언젠가 공개되리라는 믿음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생긴다. 언론에 보도되는 뇌물사건이나 사기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권력형 비리 역시 예외 없이 터져 나온다. 권력은 사람에게 착시현상을 주어 그 권력이 오래가리라는 믿음을 주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이런 유혹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보자.

다국적기업인 듀폰(DuPont)은 1802년에 설립되었으니 200년이 넘은 장수기업이다. 최근 인간개발연구원에서는 아시아태평양담당 김동수 듀폰 사장을 초빙하여 2세기에 걸친 기업영속의 비밀에 대해 강연을 들었다. 김사장은 기업이 20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비결로 최상의 윤리기준을 소개했다.

첫째, 국내법이나 회사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둘째, 나의 동료나 가족에게 나의 행위에 대해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며, 그들이 이를 지원하고 지지하는가?
셋째, 지역의 일간신문 1면에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자세히 보도되었을 때 나 자신이나 회사가 당황해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이런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난 후에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문화였기에 영속기업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 세 가지 기준에 대해 최고경영자부터 솔선모범을 보이고 직원들에게 규정을 위반하면 엄격하게 해고를 시켜온 덕택에 정직한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이 세 가지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후 행동을 하면 공자의 견리사의(見利思義) 정신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국가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친다는 견위수명(見危授命)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옛날에는 국가의 위기는 전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전쟁이 일어나면 목숨을 바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떤가. 국가가 어렵다고 목숨까지 위태로운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에 세계화시대는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라고 했다. 실업자가 늘고 자살자가 늘어난다면 이 또한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제위기 타결을 위해 공직자나 기업체 리더들이 목숨을 바치는 자세로 일할 사명감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요불망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에 한 것처럼 잊지 않는다는 말 역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거짓말이 “언제 식사 한 번 하자”는 말이라고 한다. 이제 송년모임이 시작되었으니 구요불망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의 의미를 되새기며 연말정산은 세금뿐만 아니라 오래된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해 보자.

공자가 성숙한 인간의 기준으로 제시한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구요불망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 의 세 덕목을 마음 깊이 새기며 차분하면서도 보람찬 송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