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국가별 경제규모 순위 추이

럭키홍 2009. 7. 7. 23:11

[뉴스분석]한국 경제규모 5년새 4계단 하락 세계 15위로



파이’ 키우는데 실패한 한국, 10위권 문턱서 계속 뒷걸음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가. 평범한 시민은 물론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나 경제정책을 다루는 경제관료들도 심심치않게 이 표현을 쓰곤 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세계은행 개발경제 콘퍼런스(ABCDE) 개회사에서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경제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날 열린 2009 세계한인회장 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면서 한국 경제의 위상을 치켜세웠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습관’처럼 굳어진 이 표현은 틀린 말이다. 한국 경제는 단 한 번도 세계 10위 안에 진입한 적이 없다.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11위를 차지했을 뿐 이후에는 후발 신흥국에 밀리면서 줄곧 후퇴의 길을 걸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5위로 주저앉았다.

6일 세계은행이 내놓은 각국 경제규모 및 국민소득 비교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로 표시한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9291억2100만 달러로 통계가 확보된 세계 186개국 중 15위였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2004년 인도, 2005년 브라질, 2006년 러시아 등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의 거센 돌풍에 차례대로 밀려 14위까지 떨어졌다. 2007년에는 간신히 14위를 유지했지만 작년에는 호주에 덜미가 잡혀 15위로 밀려났다.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급락했기 때문이다. 2007년 5.1%였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휘말려 지난해 2.2%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엔 전기 대비 ―5.1%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환율과 물가상승률도 순위 하락에 한몫을 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세계은행 통계는 달러 기준이기 때문에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로 표시한 GDP 규모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2007년과 2008년 말을 비교할 때 한국의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26.1%나 떨어진 반면 호주 달러는 9.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잠재성장률 급락세… 당분간 제자리 걸음”

또 명목 GDP는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GDP가 커지기 마련이다. 2008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인 반면 호주는 6.7%였다.

세계은행의 이번 통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GDP는 3조8600억 달러로 독일(3조6528억 달러)을 제치고 미국(14조2043억 달러) 일본(4조9092억 달러)과 함께 ‘빅3’의 반열에 올랐다.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5.9%에서 지난해에는 6.4%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비중은 1.8%에서 1.5%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위상 하락이 2003년 이후 일종의 트렌드처럼 굳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에도 못 미쳐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실패한 것과 관련이 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한국의 성장률은 2006년을 제외하곤 모두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IMF는 4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가 2008년 15위에서 2009∼2010년 중 16위까지 낮아졌다가 2011∼2014년에 14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에는 15위를 지키기도 힘들다는 예측인 셈이다.

GDP 규모를 늘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하지만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급등 같은 부작용을 동반하지 않고 자력으로 경제규모를 키울 수 있는 성장률로 한국의 경우 4%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명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한국 경제는 성숙단계로 이행해가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번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높이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교육과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분야의 투자를 꾸준히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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