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삼성, 日 기업에 더 배워야 한다”

럭키홍 2010. 4. 10. 13:16

 
 
“삼성, 기업에 더 배워야 한다”

 
 
경영복귀후 첫 대외활동 나선 이건희 회장
日 경단련 차기회장 만난뒤 평창 올림픽유치 위해 유럽행
사장단회의 “절대품질” 강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지난달 24일 경영 복귀 이후 첫 대외 활동을 시작하며 ‘일본 배우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간 실적에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 일본은 물론이고 각국에서 ‘삼성 배우기’ 바람이 부는 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6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일본의 대표적 재계단체 경단련의 차기 회장인 요네쿠라 히로마사() 스미토모화학 회장 등 일본 기업인들과 만찬을 하며 “삼성이 최근 몇 년간 좋아지고 있지만 일본 기업에는 더 배워야 할 게 있다”며 “한국과 일본 기업은 서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활약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경계하는 일본 재계의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주요 언론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달리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활약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 기조가 바뀌는 속에 전열을 다시 정비하고 공세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신흥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기업들이 ‘고품질-고가격’에서 ‘중품질-중가격’으로 제품 전략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일중 동북아 3국은 제조 능력이 뛰어나고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경제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민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에도 시동이 걸렸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7일 오전 11시 전용기 편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달 말까지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돌며 현지 IOC 위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총수의 대외활동 시작과 함께 삼성 사장단은 도요타 사태를 돌아보며 ‘절대품질 경영’ 강화 의지를 다졌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협의회는 어느 때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도요타 사태의 시작점은 품질인데, 우리의 품질은 어떤가”라며 계열사 사장들에게 품질 현황을 물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은 △휴대전화 배터리의 폭발 가능성 △전자파 △유해물질 함유 여부 등 3개 항목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품질’ 확보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까지 실적은 좋지만 하반기(7∼12월)로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그룹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