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머리로만 하는 경영은 가라

럭키홍 2010. 5. 4. 11:42

               [Weekly BIZ} 머리로만 하는 경영은 가라!

                                                                    -신동엽 연세대 교수(경영학) -

 

애플·구글 등 혁신과 열정 가득찬 '창조적 기업'만이 승리

원래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하나로 결합되어 행동하는 존재이지만, 현대적 기업조직과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감성이 철저하게 억압되었다. 즉 기복이 심하고 통제가 어려운 개인의 감성이 기업조직의 효율적 작동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대량생산 조직에서 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지능이라고는, 자신의 단순반복 작업을 통해 올리는 성과가 얼마의 임금으로 환산될 것인가를 계산하는 능력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성지능 중심의 기업경영에는 많은 문제와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1920년대 말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1910년대에 과학적 관리법과 대량생산체제의 확산으로 노동자들의 소득이 10여년 만에 5배 넘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했다. 이에 경영 컨설팅의 시조격인 엘톤 메이요(Mayo) 등은 종업원의 정서적 요소가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회사에 인사부서가 생기는 등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1940년대 조직이론의 거장인 필립 셀즈닉(Selznick)을 비롯하여 1950~60년대 인본주의 경영학자인 아브라함 매슬로우(Maslow), 1970~80년대 내재적 동기를 중심으로 한 직무재설계를 제시했던 해크만(Hackman) 등이 감성지능의 중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표피적 행동'에서 '심층적 행동'으로

감성지능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21세기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라는 독특한 시대적 환경 때문이다. 창조경제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의 경쟁력 있는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시장을 방어하는 게임이 아니다. 새로운 경쟁 우위와 고객 가치를 남보다 먼저 창출해내는 창조와 혁신, 그리고 속도의 게임이다.

따라서 기존 강점을 방어하고 유지하려는 기업들은 급속하게 몰락하고,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새로운 가치를 공격적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적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됐다. GM·코닥·씨어즈 등 전통적 초우량기업들이 기울고, 애플·구글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숨 쉴 틈 없이 과업을 수행하게 했다면, 애플·구글·아이데오 같은 회사는 내부 공간도 마치 놀이터나 카페처럼 만들어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든다. 직무 구조도 지루한 단순반복 작업이 아니라, 도전적이고 흥미진진한 일을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재설계해 일과 놀이가 하나 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직 구성원에 대한 동기 부여도 20세기에는 성과주의 인센티브 제도가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이제는 일 자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 흥미 등 감성적 요소를 중심으로 한 내재적 동기 부여로 바뀌고 있다. 또 구성원들이 서로 개방적으로 협력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를 창출하는 공동체 모델로 급속하게 이행하고 있다.

즉 21세기형 창조적 혁신이란 시장 경쟁을 통해 창출되기보다는, 창조적 공동체에서 협력과 공유를 통해 창출되는 '개방형 혁신'이다. 그 기반에 깔린 것이 바로 감성지능에서 강조되는 타인의 감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다.

■이성지능을 앞지른 감성지능 경영

감성지능의 잠재력과 관련해 필자가 MBA 학생들에게 반드시 함께 읽히는 사례 연구가 있다. 바로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항공사와 피플익스프레스(People Express) 항공사다.

두 회사 모두 단거리 저가 항공에만 집중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동일 기종만 사용하며, 계층이 거의 없는 수평적 구조를 갖고 있다. 사람을 경쟁력의 핵심 원천으로 강조한다는 점도 똑같다. 하지만 지난 40여년간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해온 사우스웨스트와 달리, 피플익스프레스는 1980년대 초 잠시 급성장하다가 이내 사멸했다.

언뜻 보기에 유사한 두 회사에,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피플익스프레스는 철저한 능력주의와 성과주의에 따라 명문대 출신의 MBA들을 채용하고 이들을 경쟁시키면서 경제적 인센티브로 조직을 이끌어갔다.

반면 사우스웨스트는 평범한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해 구성원들 간에 가족공동체와 같은 애정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창조적으로 제시하게 만드는 '재미(fun)' 경영을 시도했다.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는 경쟁사보다 임금 수준이 약간 낮은 편인데도 서로 일하겠다고 옮겨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즉 사우스웨스트는 회사를 가족처럼 만들고, 일과 놀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감성지능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구축한 것이다.

이에 비해 피플익스프레스는 원가절감 때문에 더 이상 경제적 인센티브를 높여주지 못하자 구성원들이 급격하게 이탈, 결과적으로 무너졌다. 이성지능에 의존한 피플익스프레스를, 감성지능을 강조한 사우스웨스트가 압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