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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의 창마저 닫으려나

럭키홍 2010. 5. 28. 06:25

                                          

                                                          , 개성공단의 창마저 닫으려나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확인되면서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정부는 경제제재조치는 물론이고 모든 가용한 대응방안을 통한 응징을 다짐했다.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결의안 1718호와 1874호의 실효성 제고, 테러국 재지정을 통한 대외경제관계의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정부가 유일하게 경제제재조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개성공단사업인데 오히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약 100개의 한국 기업과 1000여 명의 인력이 진출한 생산기지이다. 북한으로서도 약 4만 명의 근로자가 일하면서 시장경제 방식의 생산과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산업기지다. 개성공단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규범 및 자유무역협정(FTA)과 얽히면서 남북한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1991년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북한과의 교역을 민족 간 내부거래로 규정하여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는데 지금은 관세가 매우 높은 농수산물 수입에 주로 적용한다. 이 무관세 혜택은 WTO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비차별대우 위반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WTO 회원국은 다른 교역상대국에 부여하는 최고의 혜택을 모든 WTO 회원국에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과의 교역에서 부여하는 무관세 혜택을 원칙적으로는 모든 WTO 회원국에 부여해야 한다.

어렵사리 만든 무관세 교역창구

남북 간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아직 WTO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남북한 교역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점에는 국제규범상 복잡한 문제로 대두될 소지가 크다. 실제로 남북한 교역이 최초로 시도된 1980년대 중반 북한 상품의 무관세 수입에 대한 차별대우 문제가 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서 제기된 적이 있다.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FTA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북한이 WTO 회원국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해답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남북한 교역문제를 풀어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남북한 교역이 일괄적으로 WTO에서 예외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개성공단을 통한 역외가공에 한해서만은 WTO에서 예외 대우를 받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의 공산권 국가가 경제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국제통상 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WTO에 대거 가입했다. 2001년 12월 중국을 필두로 2004년 10월 캄보디아, 2007년 1월 베트남이 가입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의 가입협상 역시 마무리 단계에 있다. 따라서 북한도 경제 발전을 진정으로 염두에 둔다면 WTO 가입은 선결과제다. 그런데 WTO 가입 협상에 10여 년이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은 남북한 교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북한의 산업화에서 개성공단이 가지는 중요성이다. 한국은 그동안 FTA 협상에서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개성공단 생산물을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받는 데 합의했다. 현재 발효된 FTA 체결국 중 칠레를 제외한 싱가포르 아세안 인도가 모두 이를 인정한다.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FTA에서는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하고 한국산 인정 여부는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으나 진행 중인 다른 대부분의 FTA에서는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성공단의 생산품은 한국이 어렵사리 확보해 놓은 해외의 무관세 시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개성공단의 혜택은 향후 북한의 수출에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개성공단을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품은 많은 국가에서 차별적인 고율관세 적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 국가의 시장에서는 적성국 물품으로 간주되어 수출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마지막 불씨 살려야

북한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 및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가 WTO에 가입하면 북한과의 교역에 부여하는 특혜대우가 대부분 철폐되기 때문에 북한의 대외 수출은 한층 어려워진다. 게다가 저개발국에 부여하는 특혜관세나 여타 무역상의 특혜대우에 대해서까지 비차별 원칙의 적용이 엄격해짐으로써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을 통한 생산의 혜택이 매우 절실해진다.

경제제재 조치에서 우리 정부가 마지막까지 신중을 거듭한 개성공단 문제는 북한과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희망의 마지막 조각이다. 천인공노할 북한의 도발과 응징, 그리고 이어지는 보복과 맞대응의 악순환 속에서 북한이 한민족의 미래를 위한 불씨까지 꺼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