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대한민국 | |||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듣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47등이 16등 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인가 하고 말이다. 대한민국은 피파 공식 랭킹 47위이다. 우리나라 백성 모두는 이런 성적의 우리를 16등이 되기를 열망했다. 이것은 열망이 아니라 꿈이라 해야 했을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꿈은 정말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꿈이 아니다. 이런 꿈을 우리는 두 번이나 이루어냈다. 그것도 해외 원정 사상 처음으로 말이다. 태극전사가 얼마나 장하고 고마운가! 16강이 결정된 날 아침 많은 사람들이 출근이 힘들었다고 한다. 밤을 새워 응원한 것도 문제였지만, 함께 모여 거리응원을 한 것이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거리응원 때문에 아침 출근길이 밀린다거나 물건 배송이 지연된다느니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축구전문가가 되어 밀리는 차 안에서도 발 디딜 틈 없는 전철 안에서도 마냥 즐겁게 16강에 얽힌 사연과 우루과이 전력 분석을 하면서 8강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다. 대한민국 사람은 약간의 불편함도 참을 수 없는 민족이니, 빨리빨리 문화의 산실이니 하면서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폄하시키고 있다. 2002년 우리의 거리응원문화를 한국의 특파원으로부터 전송받은 외국의 각 언론사는 편집이니 사진조작이니 하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2010년 오늘 우리의 거리응원문화를 두고 2002년과 같은 말을 하는 세계의 언론사는 없을 것이다. 2002년 이후 지금까지 거리응원을 위해서 지자체나 시민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는가? 올해는 무려 50만이 모여 왕복 16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응원을 했으며, 광장 전체를 통째로 막고도 응원을 했다. 그들과 주변 사람들의 불편함을 생각해 보라. 그러나 우리는 어떤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문화이다. 이것이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우리만의 문화이다. 이런 우리의 거리응원문화와 같은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마찬가지로 2002년 참여정부를 이끌어낸 젊은이들의 문자운동, 2010년 지방선거에 몰아친 트위터세대와 같은 힘의 원천은 어디일까? 올해는 거리응원이 대한민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아메리카에서부터 유럽까지 우리 교민이 살고 있는 모든 곳에서 우리의 물결치는 태극기를 볼 수 있고 대~한민국을 들을 수 있다. 우리의 이런 폭발적인 문화가 결코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피 속에 녹아 있다는 증거다. 유전자로 민족을 정리한다면 분명 우리 민족에는 이런 폭발적인 문화의 유전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장한 우리의 태극전사는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큰 기쁨을 주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느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쁨을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우리에게 축구에 대한 열정을 K리그에 쏟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열정이 식었다. 이제 다시 우리에게 고마움을 돌려줄 기회를 태극전사는 우리에게 주었다. 2002년에 보여주었던 K리그에 대한 열정을 다시 보여주자. 2002년 이후 세계의 젊은이들은 우리와 같이 거리응원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준 힘이며 우리 문화의 독특함이 일구어낸 성과다. 거리응원문화 하나만 본다면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많은 불편함도 쉽게 참을 수 있는 민족이기도 하다. 태극의 호랑이는 유럽의 신화 그리스와 아프리카의 표범 나이지리아를 잠재우고 안데스의 우루과이를 넘어 아시아의 맹주가 될 것이다. 태극전사여, 우리는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서정욱<배재대학교 심리철학과 교수 201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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