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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파춥스와 세종시

럭키홍 2010. 7. 9. 12:59

       

                                         츄파춥스와 세종시

막대사탕의 대명사 츄파춥스 얘기다. 막대사탕은 52년 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후 현재까지 세대를 아울러 사랑을 받는 사탕의 왕자다. 큰 눈깔사탕을 입에 넣은 아이들이 사탕을 주체하지 못해 침을 흘리며 쩔쩔매는 것을 보고 막대기에 꽂으면 좋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탄생했다. 무심코 뜯어 버렸던 컬러풀한 포장지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한 작품으로 출시부터 명품의 조건을 타고난 셈이다. 부담 없는 가격에 먹는 불편도 사라졌으니 대중성까지 갖추게 됐다.

학생들은 시험 전 초조할 때, 직장인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금연 대용식품으로 사탕을 빨고,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도 사탕을 건넨다. 효용도가 이 정도로 높다면 츄파춥스가 편의점 최고 인기 상품 대열에 오른 것은 조금도 이상스런 결과가 아니다.

기성세대는 츄파춥스보다 고전적인 눈깔사탕에서 진한 추억을 느낀다. 입안에서 녹여 먹다가 아껴 먹는다고 선반에 잘 놓아두었다가 개구쟁이 동생한테 뺏긴 기억, 혀로 굴려 먹다가 침을 꿀꺽 삼키는 바람에 절반쯤 녹은 사탕까지 삼켜버려 안타까워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고이고 그때가 그리워진다. 자라면서 보고, 직접 경험했고, 동화 같은 그 얘기 속의 주인공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사탕의 단맛은 가장 원초적인 맛이다. 경험으로 익혀지는 맛이 아니라 타고난 맛이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혀의 맛지도가 이를 증명한다. 누구든지 원초적 단맛에 대한 향수가 있기 마련이다. 사탕 먹는 것만 보아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깔사탕과의 추억 속에서 자란 그 시절 어린이는 성인이 돼서도 아들·딸·조카들과 진화된 추억을 만든다.

어린 자녀가 막대사탕을 빨고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한입’만 하며 집요하게 꼬시기 작전에 들어간다. 끈질긴 설득작업에 돌입해 기어코 한입을 성취하고서야 신경전은 막을 내린다.

하지만 설득작업에 실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난감을 사준다고 약속을 하거나, 과자와 바꿔 먹자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이 다 동원된다. 이쯤 되면 사탕을 먹어서가 아니라 자존심 대결이 된다. 인기 연예인을 닮았다며 귀를 즐겁게 하고, 사탕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고 은근히 협박도 한다. 선거판으로 치면 향응은 물론이고 선심공세에 공약까지 내건다. 성인이 어린아이와 벌이는 신경전이 한마디로 가관이다.

남 먹는 것 쳐다보는 것이 제일 추접스럽다는 말은 안중에도 없다. 품위 따질 여유도 없다. 오직 원초적 단맛에 대한 집착뿐이다. 하지만 꼬시기 작전에 성공하면 둘 사이의 갈등은 한순간에 풀리고 약속했던 장난감 공약도 유효하다. 하지만 실패하면 상황은 다르다. 장난감과 주기로 했던 과자는 완전 무효다. 치사함의 극치다. 눈깔사탕 한입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 자녀한테 마음속으로는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무안함에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장황하게 눈깔사탕 얘기를 한 것은 세종시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정부는 이제 원안의 설계도와 시간표대로 추진하면 된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세종시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정부와 청와대의 책임 있는 분들의 입에서 알파는 없었던 일이란 점잖지 못한 말들이 서슴없이 나오는 바람에 충청도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것은 아빠가 어린 아들이 빨고 있는 츄파춥스를 보고 한입만 하면서 꼬드기다가 실패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츄파춥스는 원래 아들 것이고 한입 맛보려고 아빠가 내걸었던 장난감 약속과 과자도 역시 아들 것이 되는 게 맞다. 막대사탕 한입 안 줬다고 장난감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꼬드길 때 한입 안 주면 약속 안 지키겠다는 말도 않고서…. 츄파춥스는 세종시 원안이고 장난감과 과자는 수정안이다. 한입 안 줬다고 약속 거둬들이는 속 좁은 아빠나 정부의 태도가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세종시 원안은 물론 수정안도 충청도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추진된 일이다. 충청도민이 행정수도, 행정도시 해달라고 한 적 한 번도 없다. 모두 정치인들이 한 일이다. 충청도는 예로부터 실리보다는 명분을 중하게 여겼다.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명분을 따르는 게 충청도 정서다. 비굴함보다는 꼿꼿함을 추구하는 게 충청도의 지조다. 줬다가 뺏겠다는 말은 충청도를 뿔나게만 할 뿐이다.

정부는 9부2천2처 등 중앙 행정기관 이전계획 변경고시, 세종시 법적지위에 관한 특별법 제정, 정부 차원의 후속대책 발표 등 로드맵대로 추진하면 된다. 정부·여당이 이런 식으로 알파 몽니를 부리다가는 츄파춥스는 한입도 없을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개편에서도 마찬가지다. 탕평인사, 지역안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보여주는 인사를 기대한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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