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기운이 없고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소이지만 할아버지가 탄 수레는 기꺼이 이끈다. )
말씀이 매우 적고 다소 퉁명스러운 할아버지, 그 곁에서 계속 궁시렁거리면서 시골노인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정겨운 '불만'과 '투덜거림'을 보여주는 할머니. 이 할머니의 진솔한 대사는 늙고 볼품없어졌지만
마치 속세를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는 늙은 소의 지친 모습과 잘 어우러지면서 따뜻한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4년여의 제작기간이 걸린 구수하고 투박한 다큐멘타리 입니다.
이 작품속에 늙은 소 한마리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가 40살이나 되었고, 1년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받자
할아버지는 새로운 '젊고 싱싱한 암소'를 한 마리 사옵니다. 그리고 그 암소는 새끼를 낳고 소는 세마리로 불어납니다.
하지만 천방지축같은 송아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곧 팔아버리고, 좀체로 일을 쉽게 배우지 못하는 젊은 소 대신에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함께 삶을 같이 해 온 늙은 소를 계속 일터로 데려갑니다.
늙고 나약해지는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매일 일터로 나가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불만이 많습니다.
'이제 좀 쉬시지요....'
80세 노인 최씨 어른의 농기구이자, 자가용이자, 삶의 동반자인 40살의 늙은소와 삶을 함께하는 인생 역정이 그옛날 울 아버지, 어머니의 삶과 같아서 가슴이 찡하고, 어느 장면에서는 눈물이 머금기도 하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