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해외 중소형 원전 시장 선도
원자력이 전력 생산에 이용되기 시작한 1950년대에는 300MWe급 미만의 소형 원자로와 300MWe와 700MWe 사이의 출력을 갖춘 중형 원자로가 주종을 이루었으나, 이후 20년 동안은 규모가 큰 700MWe급 이상의 대형 원자로가 주로 건설되었다.
그러나 중소형 원자로는 다시 1990년대 초반부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중소형 원자로는 대형 원자로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분산된 전력망을 가진 국가, 기반시설과 재정능력이 충분치 않은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원자로이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를 처음 도입하고자 하는 54개국 중 20개국이 대형 원자력발전소에 필요한 기반시설의 부족 때문에 300MWe급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건설하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권의 원자력 강국이다. 하지만 기술 도입 당시 체결된 한미원자력협정에 발목이 잡혀 그동안 해외 수출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이 같은 한계의 극복을 위한 돌파구가 바로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일체형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이다. SMART는 원자로 내부의 제어봉, 증기발생기 등 핵심부품이 일체화되어 있어 핵 비확산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와 함께 담수의 공급이 가능해 대형 원전 도입이 어려운 동남아시아ㆍ중동ㆍ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SMART가 국내 원전 수주 열기를 가속화시킬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소형 원자로의 장점
중소형 원자로가 가지는 첫 번째 장점은 진보된 설계개념과 기술을 쉽게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설계자들은 고유 안전개념과 피동 안전계통을 중소형 원자로에 반영함으로써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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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점은 계통의 단순화와 기기의 모듈화, 현장 직접설치, 건설공기 단축 등을 통해 대형 원자로만큼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 원자로의 모듈화 설계는 점진적인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 생산의 유연성을 위해 전력시장에서의 규제를 철폐한 선진국에서도 중소형 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형 원자로는 기존의 대형 상용로가 전력 생산에만 이용되었던 면을 탈피해서, 해수 담수화나 지역난방, 수소 생산, 석탄 액화, 공정열 응용 등의 산업적 분야에도 이용할 수 있어 그 활용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급증하는 중소형 원자로 수요에 대한 전망으로 인해 여러 나라들이 신뢰성 있고 안전하며,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중소형 원자로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50여 종의 혁신적인 중소형 원자로의 개념 설계가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며 몇몇 선진국에서는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 전력과 담수를 한 번에 공급하는 SMART의 특성
우리나라도 글로벌 신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중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1997년에 착수하였다. 많은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열출력 330MWt급의 일체형 가압경수로를 개발하기로 결정하였고, SMART라고 명명하였다.
SMART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대형 상용 원전 10분의 1 크기의 중소형 원자로이다. 전력 생산만 가능한 대형 원전과 달리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인구 10만 명 이하의 도시에 전기와 물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으로 꼽힌다.
원자로 외부에 증기터빈발전기를 부착하면 하루 9만㎾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해수 담수화 플랜트와 일체화시킬 경우 하루 약 4만 톤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으며, 향상된 안전성과 다목적성(전력 생산, 해수 담수화, 지역난방)으로 SMART를 특징지을 수 있다. 1기의 SMART는 인구 10만의 도시에 전력과 물을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지역난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SMART의 특성은 대형 원전은 가압기ㆍ냉각펌프ㆍ증기발생기 등이 원자로 외부에 배관으로 연결돼 있는 반면, SMART는 한 개의 압력용기 내에 이들을 일체형으로 내장해 주요계통을 단순화시키고 핵심 기기를 표준화ㆍ모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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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각종 배관의 파손에 따른 방사능 물질 누출 우려가 없어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SMART는 대형 원전과 달리 핵심 원천기술을 우리가 모두 확보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독자기술로 SMART의 원자로계통 기본설계를 완성했으며 전산코드 등에 이르는 원천기술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다.
또한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제어봉구동장치 등 주요 핵심기기의 축소 시제품 제작 및 성능 시험을 실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세계 각국이 개발하고 있는 중소형 원자로 가운데, ‘SMART는 세계 중소형 원자로 가운데 개발 정도가 가장 앞선 원자로’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SMART는 일체형 설계를 통해 주요 기기들 사이의 대형 배관을 제거함으로써 대형 배관 파단에 의한 대형 냉각재상실사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였다.
이러한 설계상의 특성으로 인해 기존의 상용 원자로에 비해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SMART의 또 다른 중요한 설계특성은 단순하고 개선된 안전계통을 도입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유 안전기능을 수행하고 가상사고의 결과를 완화하기 위한 피동잔열제거계통(PRHRS, Passive Residual Heat Removal System)과 같은 피동안전계통의 도입이다. 피동잔열제거계통은 비상사고 시 펌프와 같은 능동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순환만으로 노심의 잔열을 제거함으로써 원자로의 과열과 과압을 방지한다.
<그림> SMART 원자로의 안전성 설계
(자료원 : 한국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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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발전소별 시설 투자 및 요건 비교
(자료원 : 한국원자력연구원)
□ 개발도상국 대상 수출 가속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개발도상국의 전력수요가 계속 급증한다면 중소형 원자로의 세계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2006년에 발표된 일본 전력중앙연구소(CRIEPI)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형 원자로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가 400~850기에 달할 것이라고 하였으며,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전 세계 중소형 원자로 시장은 오는 2050년까지 최대 1,000기의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향후 해수 담수화용 1,000억 달러, 소규모 전력 생산용 2,5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개발도상국 등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대형 원전보다는 SMART 같은 중소형 원자로 도입에 한층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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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SMART는 아직까지 전력수요가 크지 않은 개발도상국들과 물이 부족해 바닷물을 담수화할 필요가 있는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에 가장 이상적인 원자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이나 칠레처럼 국토는 넓지만 인구밀도와 전력수요가 크지 않아 발전비용에 비해 송ㆍ배전 비용의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에 최적이라는 평가이다.
KAERI는 "SMART는 개발도상국, 섬나라 등 대형 원전의 설치가 불필요하면서도 물 부족으로 해수 담수화가 요구되는 지역에 탁월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미 필리핀ㆍ카자흐스탄ㆍ인도네시아ㆍ리비아ㆍ칠레 등의 국가들이 SMART 도입에 적극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예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원자력 시대로의 진입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정부와 SMART에 대한 공동 안전성 연구를 수행하기로 합의하였다.
KAERI는 "SMART는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소형 원전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실증로 건설에 착수해 상용화 시기에서 앞서 있다는 것도 핵심 경쟁력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 컨소시엄 구성 표준설계 인가 획득
구체적으로 KAERI는 2016년까지 7,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SMART 실증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이의 유치를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또한 KAERI는 이의 전 단계로 2011년까지 약 1,700억원(정부 700억원, 민간 1,000억원)을 투입해 SMART 원자로의 기술 검증과 표준설계 인가의 획득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원자로의 노심과 원자로 냉각계통 및 안전 계통의 표준설계를 마치고 모든 개별효과 검증시험을 완료하는 등 기술 검증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플랜트 설계는 한국전력기술(KEPCO E&C), 핵연료는 한전원자력연료(KEPCO NF), 기기는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진과 협력하고 있다.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한 후 SMART는 신흥 중소형 원자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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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프로젝트는 원자력산업을 녹색성장 엔진 중의 하나로 육성하기 위한 우리나라 정부의 야심찬 계획의 일부이다.
최근에는 SMART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한국전력공사(KEPCO)의 주도로 POSCO, STX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일진에너지, (주)삼창,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포스코건설, 포스코 ICT, 대우엔지니어링이 참여한 KEPCO 컨소시엄이 구성되어 SMART 설계 완성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하였고, 이로써 세계 중소형 원자로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추진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컨소시엄은 내년까지 참여 지분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표준설계 인가가 완료되면 성과물에 대한 공동 소유권을 갖고, 향후 국내외에 SMART 원자로를 건설하는 후속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KAERI는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중소형 원전 시장을 조기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내년 말까지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하면 SMART를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새로운 대표상품으로 내세워, 연구로 및 대형 상용로의 수출 성공 신화에 이어 앞으로 2050년까지 3,500억 달러 규모의 중소형 원자로의 세계 원전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도할 것이다.
[출처 : ICIS(2010. 8. 11) / konicof(2010.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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