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안은 없나] (4) 선진국 사례 프랑스(상)

럭키홍 2010. 11. 8. 14:57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안은 없나] (4) 선진국 사례 프랑스(상)
2010-11-07 18:56

 ▲ 전세계 사용후핵연료재처리의 90%를 담당하는 프랑스 아레바사 사용후핵연료재처리시설. 약 6000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이곳은 식당, 병원 등 모든 제반시설을 갖춘 하나의 작은 도시와도 같다.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약 3시간30분을 달리면 영화 '셸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셰르부르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버스로 갈아타고 20㎞를 더 가면 노르망디 해안가 라아그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단지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그 곳엔 전 세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90%를 담당하는 '아레바'의 사용후핵연료재처리시설이 들어서 있다.

'라아그 사용후핵연로처리시설'은 한 해 1700만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다. 프랑스 전체 원전 59기에서 나오는 전량에 더해 독일, 일본, 스위스 등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연료도 위탁 처리한다. 그 규모는 원전 80기 분량이다. 이곳 한해 매출액은 1조5757억원에 이른다.

■라아그 시설은 국제표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캐스크(cask)라고 부르는 100t짜리 안전장비에 담겨 라아그로 운반된다. 캐스크에서 꺼낸 연료봉은 수심 9m의 수조에 3년 동안 담가 400도의 온도를 20도로 서서히 낮춘다.

현재 △캐스크의 모양 △핵연료봉의 크기 등에 대한 정확한 국제표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아그 재처리시설은 전세계 재처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고객국들의 사용후핵연료 규격은 이곳 시설에 맞춰져 있다. 라아그가 국제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리오넬 게프 기술운영총괄책임자는 "일본 로카쇼무라에 있는 일본원연(JNFL) 재처리시설도 라아그의 규격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라아그 사용후핵연료재처리시설의 총괄운영실에서 직원들이 시설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세계 중심 재처리 과정은

20도로 낮춘 연료봉을 거대한 크레인으로 들어올리고 운반하는 과정은 2m가 넘는 두께의 콘크리트 벽으로 차단된 외부에서 유리창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창문의 두께는 콘크리트벽과 동일하다. 다만 납이 섞여 있어 독특한 오렌지 색깔을 띤다. 또 두꺼운 유리의 굴절을 이용해 마치 직접 내부를 보는 것과 동일한 시야를 제공한다.

그 후 연료봉은 30㎝ 길이로 잘게 자른 뒤 질산염으로 녹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으로 분리한다. 작업실은 1m 두께의 납유리로 차단돼 있으며 모든 공정은 원격 조정된다. 나머지 4%의 핵분열 생성물은 소각로로 옮겨진다. 유리가루와 섞인 상태로 1000도가 넘는 화덕에서 액체가 된 뒤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겨 고체 상태로 보관한다.

게프 기술운영총괄책임자는 "화학물질의 기본은 질산염 등이 포함돼 있지만 정확한 화학적 배합은 기업 비밀로 수십년째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화학처리시설은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완전히 폐쇄된 순환형 시스템 안에서 산성물질이 끊임없이 돌고 있는 구조다.

린다 니콜 홍보매니저는 "내부 화학순환시설은 수십년 동안 가동되도록 설계된 반영구적 시설이므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분리된 우라늄은 다시 핵연료로 사용되기 위해 저장되거나 고객 국가에 발송된다. 분리된 플루토늄은 프랑스 국내외 기타 공장시설로 보내져 우라늄과 재혼합, 목스(MOX)라는 혼합산화연료로 재가공돼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나머지 방사성폐기물은 '유리화'라는 과정을 거친다. 1100도의 용열기에서 액체 상태가 된 폐기물은 유리기질과 섞여 검은 유리덩어리로 변한다.

유리덩어리가 식어 고체가 된 채 담긴 용기는 밀폐된 시설에서 보관한다. 라아그에 있는 임시보관시설에는 각각 9개의 용기를 담을 수 있는 400개의 20m 깊이의 구덩이가 있다. 남은 금속물질은 폐기물처리시설로 옮겨져 2500t 프레스기기로 압축한다. 이 때 압축된 금속통의 주 구성성분인 지르코늄은 이론상 최대 밀도의 96%에 달하게 된다.

■감시인원은 70명에 불과

이러한 복잡하고 위험한 모든 과정은 거대한 감시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총괄운영실이라는 단 하나의 넓은 방이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용후핵연료재처리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관리인원은 70여명에 불과하다.

게프 기술운영총괄책임자는 "단계별로 15명 이내의 인력만 필요하다. 비상 상황이라 해도 10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될 필요가 없다"며 "모든 시설은 20∼30년 전부터 자동화돼 있다. 실제 시설 내부에 투입되는 인원은 주기적인 점검 기간 외엔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용어설명/사용후핵연료 재처리=전력 생산에 쓰고 남은 핵연료봉을 가공해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핵연료봉은 보통 3∼5년 정도 연소되면 수명을 다하게 돼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