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멜트 다운- 원자로 용해

럭키홍 2011. 5. 17. 17:26

멜트다운(meltdown)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서스쿼해나강 중심에 스리마일섬이 있다. 1978년 이곳에 총 2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되던 1979년 3월 28일 오전 4시. 2호기 자동밸브 장치에 이상이 생겨 열 교환기에 물 공급이 중단된다. 운전원의 실수로 긴급노심냉각장치(ECCS)까지 작동을 멈추면서 원자로는 순식간에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멜트다운(meltdown)이 진행된 것이다. 핵 연료봉이 녹고 급기야 원자로 용기까지도 파괴됐다. 건물 내 방사능 수치는 정상치보다 1000배나 높아졌다.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이렇게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1978년 운전을 시작한 체르노빌 원전은 현재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 근처에 있다.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원자로 4호기에서 비정상적인 핵 반응이 발생한다. 역시 멜트다운 현상이 발생했고 수소가 원자로 내부에서 폭발했다. 이 폭발로 원자로 4호기의 천장이 파괴됐으며 파괴된 천장을 통해 핵 반응을 통해 생성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였다.

멜트다운은 원자로의 노심에 있는 핵연료가 과열되어 원자로의 노심이 녹는 현상을 의미한다. 노심용해(爐心鎔解)라고 부르며 원자로용해(原子爐鎔解)라고도 한다. 멜트다운은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사고로 꼽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대지진 발생 뒤 불과 16시간 만에 핵연료가 모조리 녹아내린 멜트다운 현상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도 안돼 최악의 상황까지 간 셈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멜트다운에 대한 끊임없는 우려속에도 관련 사실을 일체 함구해 왔다. 도쿄전력이 사고 발생 2개월여만에 밝힌 내용은 이렇다. 대지진 발생 직후인 지난 3월 11일 오후 6시쯤 원자로 수위가 핵연료 상단부까지 내려갔다. 오후 7시30분 핵연료가 노출되면서 손상됐다. 온도는 핵연료의 용해점인 섭씨 2800도까지 올라가 일거에 멜트다운이 진행됐고 지진발생 16시간 후에 핵연료 대부분이 녹았다.

핵연료가 녹아버린 멜트다운이 확인된 만큼 엄청난 수치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중에 퍼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세계 각국이 멜트다운 의혹을 제기했지만 일본은 부인하거나 함구로 일관했다. 결국 2개월간 자국민은 물론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1호기뿐만 아니라 플루토늄을 원료로 쓰는 3호기의 멜트다운 가능성이다. 3호기 압력용기 상부 온도는 최근 200도 이상까지 올라간 상태다. ‘죽음의 재’로 불리는 플루토늄 확산은 치명적이다. 방사능 피해국에서 가해국으로 바뀐 일본에 대해 전세계가 불신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또 뭘 속이고 감춰왔는지 불안할 뿐이다.

김형석 blade31@daejonilbo.com/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