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고전이야기)

하필왈리(何必曰利)

럭키홍 2011. 9. 30. 17:23

 

               강혜근의 고사성어 다시읽기-하필왈리(何必曰利)

맹자(孟子)가 양혜왕에게 한 말이다. 어찌 왕만이 이(利)를 말했겠는가. 정치인이나 기업인, 개인 모두가 자기에게 이득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겠는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을 보고 도의(道義)를 잊는 경우’가 많아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말도 있고, 또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여 공자는 “눈앞의 이익을 보면 도의(道義)를 먼저 생각하라”고도 했다. 이른바 ‘견리사의(見利思義)’다.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 본성인데, 과연 사리(私利)를 추구하는 것이 잘못인가. 필자는 단지 그 정도(程度)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사리(私利)를 취하려고 하면 안 될 것이다. 그는 영향력이 매우 커서 또 다른 힘없는 많은 ‘개인들의 이익(利益)’을 해치게 되기 때문이다. 또 큰 기업일수록 아주 작은 이득(利得)까지 취하려고 하면 안 될 것이다. 대기업이 ‘동네슈퍼’마저 접수하여 수많은 소상인들을 거리로 나앉게 만드는 일이 지탄(指彈)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이득을 취하려는 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마치 저인망어선(底引網漁船)처럼 치어(稚魚)까지 잡아들여 물고기 씨를 말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어찌 대기업만의 문제이겠는가.

장자(莊子)의 ‘외편(外篇)’ 중 ‘산목(山木)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장자는 과수원에 놀러갔다가 날개도 크고 눈도 큰 기이한 새와 이마를 스치게 된다. 날개가 크면 높게 날아서 내 이마에 스치게 될 리도 없고, 눈이 크면 모든 사물을 잘 볼 수 있으니 나를 발견해서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어찌 나와 스치게 되었는지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장자는 이 새를 잡으려 하다가 기이한 장면을 목격한다. 매미는 그늘에서 쉬느라고 자신의 안위(安危)를 잊고, 사마귀는 나뭇잎에 숨어 매미만 잡아먹을 생각에 자신의 존재를 잊고, 또 이 새도 이득만 취할 생각에 자신의 생명도 잊게 되었다(見利而忘其眞)는 것을.

공리(公利)를 생각하지 않고 사리(私利)만 추구하게 되면 도의(道義)만 잊어버리는 게 아니다. 종국에는 자신의 생명(生命)까지도 잃게 됨을 명심할 일이다.(충남대 교수·공자아카데미 부원장)

 

井底之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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