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한전, 美 우라늄 농축시설 지분 매입 추진

럭키홍 2012. 11. 21. 15:32

 

입력 : 2012.11.21 03:00

한전, 美 우라늄 농축시설 지분 매입 추진
韓美 원자력 협정 개정하는게 근본적 해법

영광 원전의 한 원자로 안에서 직원들이 우라늄을 가공해 만든 원전 연료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이 다국적 우라늄 농축 전문업체인 유렌코(URENCO)의 미국 내 농축시설 지분 매입을 적극 검토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한국은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2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는 세계 제5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하지만 '한·미 원자력 협정'에 의해 우라늄 농축 권리가 없으며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도 불가능하다.

안정적 원전 연료 확보 비상

우리나라는 우라늄 정광(精鑛·옐로 케이크)을 호주 캐나다 등 7개국으로부터 매년 4000여t 수입한 후, 이를 외국의 4개 업체에 보내 농축하고 있다. 우리가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우라늄 정광 수입과 농축 비용으로 매년 9000억원을 사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가 2008년 수립한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해외 농축시설에 대한 지분 매입을 추진해 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우라늄 농축 업체의 지분을 매입할 경우, 안정적으로 원자력 연료를 확보하고 수입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프랑스의 아레바(AREVA)와 지난 2009년 이 회사의 지분 2.5%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미국의 우라늄농축공사(USEC)도 우리와 계약 체결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사 지분 확보는 우회로"

정부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렌코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 일종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년간의 협상에서 한국의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리 확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전체 우라늄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유렌코 지분 매입 검토가 한·미 원자력 협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방안이 우리가 결국 우라늄 농축 권한을 갖지 못하게 될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로 여기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력 연료 수입 비용도 크지만,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중요한 과정이 모두 외국에서 이뤄지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서 농축 권한 확보해야"

그러나 유렌코 지분 매입이 우라늄 농축 권한 보유를 대체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가 유렌코의 지분을 매입한다고 해도 우라늄 농축 운영에 관여하거나 농축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자국 내의 우라늄 농축 시설 지분 매입에는 찬성하나 유렌코를 비롯한 다른 우라늄 농축 업체가 한국에 농축공장을 세우고, 한국이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 소식통은 "유렌코 지분 매입은 안정적으로 원자력 연료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농축우라늄 확보와 재처리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달 '한국핵정책학회 창립기념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이 원하는 대로 개정이 안 될 경우 대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