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이야기

2029년 까지 원전 12기 수명한계< 2023년부터 고리 2호기 부터 매년 1개 호기 이상수명>

럭키홍 2013. 5. 7. 08:19

 

 

◆ 에너지정책 길을 잃다 ① ◆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지금까지 국내에는 총 23기의 원전이 지어졌다. 1, 2호기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이미 설계수명이 끝났다. 고리 1호기는 2008년 수명연장 허가를 받고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이후 이런저런 고장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 결정을 위해 현재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또 2023년 고리 2호기에서 시작해 2029년 월성 4호기에 이르기까지 10기의 원전이 2030년 이전에 순차적으로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노후 원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려할 때 수명 연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12기 원전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11.8%를 책임지고 있다. 용지 확보에서 가동까지 새 원전 건설에 평균 12년이 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책이 필요하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2008년 발표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59%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목표를 현실성 있게 바라보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2010년 후쿠시마 대지진은 원전 중심 에너지 지형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원전에 대한 사회적 저항은 확산일로다.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다뤄야 할 원전 관련 논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가 1차 계획에서 제시한 원전 59%의 청사진을 유지할지, 폐기할지이고 두 번째는 원전 목표치를 낮춘다 했을 때 펑크난 전력부족분을 어디서 메우느냐 하는 문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전 찬성론에 선 사람들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이라는 측면에서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보면 원자력은 ㎾h당 39.1원으로 나타난다. 석유(223.7원), LNG(142.3원), 유연탄(67.1원) 등에 비해 확실히 싸다. ㎾h당 탄소배출량은 원자력이 10g인 데 비해 유연탄은 991g, LNG는 549g으로 비교가 안 된다. 이원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원자력 축소는 기후대응 비용의 급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에는 `드러나지 않는 비용(hidden cost)`이 존재한다. 원전은 `100% 안전보장`이 가능할 때 지속가능한 제도다. 후쿠시마는 이것이 불가능함을 증명했다. 고리원전에서 후쿠시마 규모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경 30㎞ 이내 320만명이 직접 피해를 입고 국토의 11.6%가 오염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또한 원전은 해체와 핵연료 폐기에 비용이 든다. 유럽감사원(ECA) 기준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23기 원전을 모두 해체하는 데 23.6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핵 폐기물 문제는 보다 근본적이다. 세계적으로 핵폐기물을 영구히 저장할 수 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 기술발전에 기대를 걸고 일단 시간을 끄는 `웨이트 앤드 시(wait and see)`가 원자력 기술의 현주소"라며 "결국 후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지난 정부 초창기 원전 논의의 주도권을 찬성론자들이 가져갔다면 후쿠시마 이후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원전을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셰일가스 개발로 LNG가격의 장기적 하락이 예상되지만 원전가격만큼 싸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석탄은 원전을 빼면 가장 탁월한 경제성을 갖고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에서 취약하다.
결국 `입에 맞는 떡`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답은 `현실적 타협`에서 구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원전비중을 줄여 나간다는 원칙의 합의 △전력공급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최소 원전비중에 대한 합의 △줄어드는 원전을 어떤 에너지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에너지믹스의 합의 △원전비중 축소에 수반되는 전력비용 상승에 대한 국민적 동의 △전력수요 팽창을 막기 위한 에너지세제의 개편을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다뤄야 할 핵심 과제로 규정했다.

[노원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