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및 명글의 고향

어머니/김초혜

럭키홍 2013. 8. 2. 18:16

 

김초혜 시인의 연작 ‘어머니’에서
몇 편을 골라보았습니다.


어머니6
빈천도
고단하지 않은
당신의 의지는
미운 것 고운 것
삭임질하여
웃음으로 피우고

작은 몸뚱이
힘에 부쳐도
가녀린 허리
닳지 않은 살로
우리의
담이 되어주고

인생의 무게
그날그날
첫날처럼
자식 앞에선
가볍게 지는 어머니


어머니 20
온갖 괴로움
그 뭄에 모였어도
밀어내어
마음에
근심하는 일
없으신
어머니

살이 아프로
뼈가 틀어지는
세속적인 갈등을
어찌
덧없음으로 보셨습니까

만족할 때 없어
괴로움에 얽히다가
당신의 말씀
떠올리며
마음의 속된 이익에
부끄럽습니다.


어머니 23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모진 일은 하지 말라시던 어머니 자식을 사랑화되 결점을 알아 나무람 주셨고 나무람하되 장점을 알아 대뎐하다 꽃피워 주시던 어머니 오십사년 지탱하신 생명을 미련없이 벗으시고 자식의 가슴에서 길게 사시는 우리 어머니 어머니 38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입이 어눌한 사람
더 믿으시고

지식을 알고
세상을 아는 것도
중하지만
참을 줄 아는 것이
제일이니
심성을 구부릴 줄
알라 하시고

내보이는 정(精)보다
간직한 정이
더 깊은 것이라고
그늘이 빛인 것도
알게 하셨네
-출처: 김초혜, (어머니),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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