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중심으로 역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제 3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의문을 갖게 됩니다.
살아있는 최고의 진화생물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의 책을
읽다가 ‘일본의 역사 고쳐 쓰기’에 대한 글을 만났습니다.
1. 지난 10년 사이에 일본이 자신의 과거를 대하는
방식에서 아주 흥미로운 퇴행 현상이 나타났다.
이전에는 이따금 인정하곤 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이제는 부정하고 있다.
산더미 같은 증거들을 외면한 채 말이다.
정반대의 증거가 폭로될 때마다 부정하는 자들은
꼬리를 좀 내리지만, 역사적 범죄에 공식적으로
연루되었다는 평가를 최소화 하려는
의도를 늘 드러내고 있다.
2.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주로 군대를 동원해
아시아의 점령지 전체에서 지역 여성들을 성 노예로
부린 방대한 강압적 체제를 운영했다는 것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중국,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등의 여성들을 말이다.
여성들은 강제로, 때로는 총검 앞에서 침략한
일본 병사의 성적 욕구를 채워야 했다.
(하루에 50명 이상을 상대하기도 했다).
그들은 완곡어법을 써서 그 여성들을 ‘위안부’라고 했다.
3.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위안부 문제는
상세히 조사되었다. 전쟁 범죄와 어떻게 연루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일본 포로들을 심문한 자료들도 어느 정도
근거가 되었다.
네덜란드 조사관들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강제로 끌려가서
매 맞고 벌거벗겨져서 매일 수많은 일본 군인들의 성 노리개가
되었다고 기술했다.
일본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자신이 당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다가 1990년대 초에 진실을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일본 정부는 배상은 커녕 처음에는 그 범죄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그것이 바로 부정의 혜택 중 하나다.
부정하면 배상할 필요가 없어진다.
4. 처음에 일본 정부는 1951년 연합군 측과 평화 조약에
서명할 때 조약에 이 결론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그것을 부인하기가 더 어려워졌지만,
보수주의자들(민족주의자들)은 그 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자의 정의’라고 하면서 부정한다.
그들은 역사 교육의 역할이 어둡고 ‘피학적인’ 측면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설령 거짓이라고 한들 일본인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5. 거짓 역사 서사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부정적일 수 있는 개인의 자아상을 긍정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조상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의 자아상과 조상의 이미지가 같다는
단순한 (대체로 틀린) 유전적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6. 1993년 일본 정부는 마침내 ‘위안소’를 운영했음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배상을 거부했다.
최근의 한 수상은 군대가 여성을 강제로 모집했다는 것을
부정하고 대신에 ‘중개인’을 통해 ‘고용’이 이루어졌다고
말함으로써, 이 미진한 진전조차 반박했다.
한 저명한 일본 역사학자는 2007년에 위안부 체제가
성 노예제임이 분명하지만 “정부와 각계각층에서 그것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요약했다.
이 사건과 난징 대학살, 전쟁 포로 학대 같은
범죄들을 부정하는 태도는 일본의 거짓 역사 서사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일 뿐이다.
7. 일본은 1930~1940년대에 2000만명이 넘는
중국인을 살해하였다.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이 일을 까마득히 잊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역설적인 점이 있다.
거짓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저 새로운 수치심, 새로운
어두운 역사를 낳는 근원일 뿐이므로 속죄는 없고 도덕적
문제만 심화시킨다.
대조적으로 독일은 오래 전에 자신들의 범죄를 고백했고,
그 결과 이웃 나라들을 비롯해 외부와 관계가 개선됨으로써
무수한 혜택을 보았다.
-출처: 로버트 트리버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pp.358-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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