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추석에 송편을 먹는 이유

럭키홍 2013. 9. 21. 12:51

추석에 송편을 먹는 이유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 등에 바치던 명절 떡

이성희 기자 | kisinzer@hanmail.net 입력 2013.09.18 22:45:04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 등에 바치던 명절 떡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례음식은 송편이다. 추석은 음력 8월 보름이다. 그래서 한가위, 가배일이라 부르며 설날과 함께 우리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다. 송편은 일찍 익은 벼 즉, 올벼로 빚은 것이라 하여 ‘오려 송편’이라 부르며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 등에 바치던 명절 떡이다. 햅쌀로 밥도 짓고 송편도 하고 신도주라고 하는 술도 빚어 조상님께 수확의 기쁨을 추석 차례로써 알렸다.

송편에 얽힌 속설도 많다.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신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딸을 낳는다. 송편 속에 솔잎을 가로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뾰족한 끝 쪽이면 아들을 낳고, 귀쪽이면 딸이란 속설도 있다. 쪄낸 송편이 설익었으면 딸을 낳고, 잘 익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도 했다.

송편은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팥, 콩, 밤. 대추. 깨 따위로 소를 넣고 반달이나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서 솔잎을 깔고 찐 떡을 말한다.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추석을 앞두고 온 가족과 함께 은근히 솜씨경쟁까지 해가며 송편을 빚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문헌을 살펴보면 ‘성호사설’에서는 멥쌀·콩으로 만들었고 ‘규합총서’에서는 팥·꿀·계피·후추·마른 생강가루를 송편의 소로 사용했고,‘동국세시기’에서는 콩·팥·까만 콩·꿀대추· 미나리를,‘시의전서’에서는 거피팥고물, 대추·꿀·계피·밤 등을 소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추석에 왜 송편을 빚었을까

옛 부터 내려오는 각종 문헌들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곡식을 잘 여물게 해줘 감사하다’는 뜻으로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기 위해 만들었다. 원래 송편은 '소나무 송'자에다가 '떡 병'자를 넣어서 ‘송병’인데 이것이 변해서 송편이라고 한다. 이것은 원래 음식에 넣는 것이 약을 넣듯이 넣어야 한다고 해서 ‘약념’인데 그것이 ‘양념’으로 바뀌어 양념으로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송병을 지금은 송편이라 한다.

송편은 속이 빈 것과 찬 것을 만드는데, 속이 빈 것은 마음과 생각이 넓어 아량을 베풀라는 의미이며, 속을 채운 것은 속이 알찬 사람이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송편도 지역마다 차이

이러한 송편은 지역에 따라 재료와 모양이 다르다. 평안도 해안지역에선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개모양의 송편을 빚었다. 검은 깨를 갈아 멥쌀과 섞어 만든 조개송편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만들어 조개 문양을 냈다.

전라도에선 송편을 초승달처럼 갸름하게 빚는데 꽃송편과 모시송편을 제일로 알아준다. 충청도에선 단호박을 이용한 호박 송편을 빚었다. 삶은 단호박을 멥쌀과 섞어 반죽해 호박 모양으로 만들어낸 호박 송편은 만들기도 쉬워 최근엔 간식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도토리와 감자가 주요작물이었던 강원도에선 도토리송편과 감자 송편을 만들었다. 송편은 소에 따라 팥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밤송편 등으로 나누어진다.

모양도 지방마다 달라 서울은 조개, 강원도와 황해도는 손으로 꼭 눌러 손가락자국을 내 만두처럼 만들고. 크기는 서울 것이 한입에 들어갈 만큼 앙증맞고 황해도, 경상도, 강원도 송편은 두툼한 게 특징이다. 제주도는 특이하게 송편이 둥그렇고 납작한 비행접시 모양이고 소로는 완두콩을 넣는다. 전반적으로 한반도 북쪽은 크게, 남쪽 지방은 작고 예쁘게 빚었다.

보름달이 뜨는 한가위에 왜 반달모양으로 송편을 만들었을까

보름달을 보며 한 해 농사의 수확에 감사하는 건 한민족만의 풍습은 아니다. 음력 8월 15일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중추절(仲秋節)과 십오야(十五夜)라는 명절로 즐긴다. 그리고 달 모양을 본뜬 ‘달떡’을 만든다. 한국에서는 송편, 중국에서는 월병(月餠), 일본에서는 쓰키미당고(月見團子)를 먹는다. 그런데 월병과 스키미당고는 보름달처럼 동그란 반면, 한국의 송편은 반달 모양이다.

보름달은 곧 기울지만 반달은 조금씩 차오르면서 머지않아 보름달, 즉 만월이 될 것이니 반월이 '희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만든 것이다. 또 달을 보고 자신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660년 9월 기록에 따르면 백제 의자왕 때 궁궐 땅속에서 파낸 거북이 등에 ‘백제는 만월(滿月)이고 신라는 반달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유명한 점술사에게 찾아가서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만월인 백제의 의자왕은 둥그렇게 둥근달이 환하게 뜨니까 이제부터는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는 것이고, 신라는 반달이기 때문에 앞으로 차차 커져서 만월이 되기 때문에 승승장구하는 역사는 신라 쪽에 있을 거라고 했다. 결국 백제는 신라에 의해 멸망하고 바로 신라가 삼국통일을 해버렸다.

신라가 삼국통일하고 승승장구해서 대단한 세력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릴 때에 반달송편을 만들어 먹으면 전쟁터에 가도 이기고, 가정에도 승리가 있고, 사업도 잘 된다고 해서 그 때부터 송편을 만들 때 반달송편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기울 보름달보다는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었다는 것이다.

송편에 솔잎을 까는 이유

송편이 언제 생겼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고려시대부터 일반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편의 이름은 솔잎을 깔고 찌었기 때문에 유래가 되었다 그래서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지는 끈기가 생기며, 절개와 정조가 강해진다고 여겨왔다. 특히 다른 떡은 고물이 있지만 송편은 고물이 없다. 그래서 이것들이 서로 엉켜 붙어 놓으면 어른들이 점잖게 먹으려면 안 좋기 때문에 그 사이사이에 솔잎을 깔아 놓으면 그 송편과 송편 사이에 들러붙지도 않고 그 송편 향기가 좋았다.

또 하나는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솔잎을 밑에 깐 것은 내가 죽을 때까지 일편단심 송편과 더불어 성공하며 또한 그 소나무 잎과 같이 절대 사계절 변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송편을 그렇게 만들었다니 조상들의 지혜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솔잎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또 살충제나 공해물질이 묻었을까 걱정돼 솔잎 없이 송편을 찌기도 한다.

가가례(家家禮)란 말처럼 지방과 가문마다 차례상차림과 제를 올리는 방법이 다르고, 시간이 흐르면 풍습도 변하게 마련이다. 제사음식도 가족의 입맛에 맞춰 편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시도해 보면 명절이 더 즐거울 것이다.

작년에 차례 상에 피자 치킨을 올려 ‘찬반논란’이 팽팽했었는데 이것을 두고 아직도 '시대 흐름' 이냐 '전통파괴'냐 논란이 뜨겁다. 올해도 바나나·멜론 등의 열대과일부터 사탕·호두과자·요구르트까지 차례 상에 오르고 있다. 점점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