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사랑방

한국교육에 남기는 마지막 충언-서남표 KAIST 총장, 21세기북스,

럭키홍 2013. 12. 11. 10:01

서남표 전 KAIST총장이 말하는 ‘스납 조닝(Snob Zoning)'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스납 조닝은
“자신의 구역이나 분야에 ‘다른 대상’이
섞여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하는 어떤 심리적 저항”을
말합니다. 한국의 대학을 두고 하는 일이지만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깊이 새겨들을 만한
충고입니다. 그런데 서남표 총장의 조언은 한국에서
문화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실현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1. 나는 한국 사회가 실수나 실패에 대해
좀 더 열린 사고를 갖기 바란다.
카이스트의 새로운 연구방향으로 제시한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처럼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연구혁신이란 이뤄질 수가 없다.

남의 것을 따라하는 데 익숙한 문화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실패의 여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길이라면 가지 않으려 한다.
안타까운 것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틀렸다’와 동일시하는 태도이다.


#2. 몇 십 년 전의 하버드 졸업장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꺼내 보이는 사회, “이 친구가 이런저런 일을
했습니다”가 아니라 “이 사람은 대학에 수석으로
들어갔습니다”가 한 인간을 규정하는 사회는
나를 참 안타깝게 만든다.
현재의 행위가 아니라 과거의 신분증에 의해서 누군가를
평가한다면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뒤처질 수 밖에 없다.


#3. 현실은 전인미답의 미래를 향해 끝없이
변화하라며 우리를 재촉하고 있지 않은가.
그 변화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다면
언젠가 도태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실패를 무릅쓴 창의적 도전을 우리는 계속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도전 앞에서 당신도 ‘도전 불가!’의 팻말을
꽂은 스납 조닝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자문해보기를 바란다.


#4. 또 하나의 스납 조닝은 대학사회에 만연한 계층의식이다.
카이스트 부임 후 학내 교직원 식당에서 놀라운 풍경을
보게 됐다. 교수들과 직원들이 한창 밥을 먹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교수 따로 직원 따로 앉아 있던지!
무슨 보이지 않는 줄이라도 가로놓여 있는 듯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풍경인데 나만 불편했던 것일까.
그런 모습을 보고 난 후에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한국의 교수들이 필요 이상의 특권의식을 갖고 있음을
알았다. 더 놀라운 것은 직원들조차도 자신의 위치를
지나치게 낮춘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라 총장 공관에서 디너 파티를
열어 교원과 직원을 섞어놨더니 직원들 스스로
저만치에 따로 모여앉던 풍경이 떠오른다.


#5. 교수는 가르치고 연구하는 이들이다
직원은 학교 살림을 하고 재정을 끌어와야 한다.
그들은 계급으로 나뉜 관계가 아니고
각자 전문성을 지닌 동료이다.
나는 한국의 대학에서 ‘직원 위에 교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당연시되는 것이 이상하다.
박사학위 땄다고 훨씬 고등한 전문가라도 되는 양 처신하는
것을 보면 우습기 그지없다.
박사학위?
3년 동안 돈 쓰고 고생 조금 하면 누구나 딸 수 있다.
구성원들이 서로 전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는
대학이라면 굳이 비전이니 발전이니 하는 말을 떠들
필요가 없다.


#6. 혹시 제임스 킬리안을 아시는지?
1948년부터 1959년까지 11년 동안 MIT 총장으로
재임했고,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낸 사람이다.
MIT캠퍼스는 다리나 보면 찰스 강이 바라보이는
너른 잔디밭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 학교의
졸업식을 포함한 중요 행사들이 열리곤 한다.
바로 킬리안코트이다.
캠퍼스에 그를 기념하는 장소가 있을 만큼
제임스 킬리안은 역대 총장 중 가장 칭송받는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가 교수도 아닌 직원 출신이었다면 믿겠는가?


-출처: 서남표, (한국교육에 남기는 마지막 충언), 21세기북스, pp.318-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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