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경제적 구조를 바꾸다
문화읽기 | 프랑스혁명
문옥배(음악평론가, 당진문예의전당 관장) | sjpost@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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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혁명 광장에서의 사형집행(Une exécution capitale, place de la Révolution )’ 피에르 앙투안 드마쉬(Pierre-Antoine Demachy), 1793년경, 캔버스에 붙인 종이에 유채, 37×53.5㎝, 카르나발레 미술관 소장. 프랑스혁명 이후 귀족사회는 시민사회로 변화하였고 예술가의 경제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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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배 |
귀족에 예속된 예술가, 하이든 대표적
모차르트 고민, 베토벤은 독립적인 삶
자본주의 대두로 예술의 상업화 촉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랑스혁명은 ‘자유·평등·박애’라는 기치 아래 민주주의를 획득한 세계사적인 시민혁명이다. 혁명 이후 민중은 새로운 권리와 이전에는 소유해 보지 못했던 정부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획득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사회구조는 귀족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변화하였다. 프랑스혁명이 일반사회구조에 역사적 변화를 가져왔다면, 예술사회에 어떤 영향과 변화를 가져왔을까? 프랑스혁명은 귀족사회에서 시민사회로의 변화라는 거대한 정치적 사건만큼이나 예술가의 경제적 구조를 변화시킨 예술사의 큰 사건이었다.
예술가의 경제적 구조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역시 프랑스혁명 전후로 사회구조가 변화함으로써 예술가의 경제구조도 변화되었다. 예술가의 경제활동을 좌우했던 패트런(patron, 경제적 의미의 후원자)이 혁명전 귀족에서 혁명 후 일반시민으로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예술가의 경제활동의 방식도 변화하였는데, 그 변화는 프랑스혁명 전후에 살았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비교에서 잘 나타난다.
하이든(1732~1809)은 헝가리의 대표적 귀족집안이자 예술에 대한 열렬한 후원자였던 에스테르하지후작의 악단 악장이 되어 1790년까지 거의 30년을 근무하였다. 그의 주된 임무는 에스테르하지 집안의 전속악단의 관리와 훈련 그리고 작곡이었다. 이로 인하여 하이든은 평생을 경제적 고민 없이 음악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귀족사회 시대, 귀족의 예술가후원시대 삶을 지낸 대표적인 예이다.
시기적으로 하이든의 후배인 모차르트(1756~1791)는 경제적 후원자가 귀족과 교회라는 점에서 평생을 갈등하고 살았던 인물이다. 모차르트는 예술의 자유를 갈망했고, 경제적 후원자였던 귀족과 교회로부터 자유롭고자 하였다. 패트런은 창작활동을 가능하게 했지만, 창작을 제한도 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가 귀족사회에 대해 가진 인식은 그가 프리메이슨(Freemason)의 일원이었고,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등의 내용에서 나타난다.
베토벤(1770~1827)은 모차르트와 달리 귀족의 시종위치에 서는 자신을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적으로 자신이 귀족과 동등하다고 생각했고, 정신적으로는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청년시절의 나폴레옹 숭배자였고, 프랑스혁명의 이념인 ‘자유·평등·박애’를 받아들인 인물이었다. 그는 귀족으로부터 사회적인 독립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최초의 음악가였다.
이처럼 귀족시대의 음악가의 경제적 활동은 궁정악단의 전속음악가, 귀족의 작품 위촉료와 개인레슨 등이 주 수입원이었다. 하이든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귀족에의 종속에 만족하였고, 모차르트는 고민했으며, 베토벤은 독립적인 삶을 살았다.
베토벤의 이러한 삶은 프랑스혁명의 결과이기도 하다. 혁명 이후 귀족들은 더 이상 사회의 주류가 아니었고, 이에 따라 이들은 음악가의 패트런이 되지 못하였다. 이렇게 되자 음악가들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패트런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경제적 부를 획득하고, 시민혁명을 통해서 권력을 획득한 부르주아계급이 예술을 지탱하는 계층으로 등장하면서 청중 층이 비약적으로 확대되었고, 음악가들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작품을 써야만 했다. 예술은 상업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대두와 시민사회의 성립 등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변화로 말미암아 예술가의 경제적 구조가 변화하였다. 그 중심에 프랑스혁명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