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사랑방

세계의 커피 전파/ 박대용(커피랜드 CL 대표)

럭키홍 2015. 3. 2. 10:43

 

 

커피는 서기 700-800년경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서 '칼디'라는 목동에 의해 발견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열매의 과육을 벗겨내고 씨앗만 볶아서 끓인 물로 추출해 내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커피열매를 통째로 씹어 먹거나 갈아 먹기도 하고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술 빚는 기술을 이용해 빚어 먹기도 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커피열매의 보관이 어려워 과육과 씨앗을 으깬 뒤 동물의 지방과 섞고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서 먼 길을 떠날 때 고열량 식량으로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그 후 이슬람교 수피교도들 사이에서는 커피를 긴 밤기도 시간 동안 졸리지 않도록 약으로 사용했으며 언제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서서히 오늘날과 같이 볶아서 가루를 내 끓여 먹는 매력 있는 음료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커피는 예멘으로 건너가 세계 최초로 경작됐는데 엄격한 관리하에 커피 생두나 묘목 등의 반출을 막으려 외국인의 커피농장 방문이 금지됐으며 심지어 싹이 트지 못하도록 살짝 볶아서 수출을 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에도 1600년, 인도에서 성지 순례를 왔던 '바바부단'이라는 승려가 어렵게 구한 종자 일곱 개를 허리춤에 숨겨 와 인도 남부 마이소어 지역에서 커피 재배에 성공을 거둔다. 역사 속 고려시대의 문익점 할아버지가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붓뚜껑에 숨겨 들여온 이야기와 비슷하다. 또 히딩크 감독의 나라인 네덜란드에서는 예멘에서 훔쳐 온 커피 묘목을 국내 식물원에서 연구한 후 1650년경 인도 아래쪽에 위치한 실론섬에 심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1696년 식민지인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심어 성공을 거둠으로써 자국에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네덜란드는 당시 절대왕권을 누리던 프랑스의 루이 14세에게 커피 묘목을 선물했는데 루이 14세는 드 끌리외라는 젊은 장교로 하여금 자국의 식민지인 서인도제도 마르뜨니끄 섬에 옮겨 심게 해 재배에 성공했다. 드 끌리외는 항해 중에 자신이 배급받은 물까지 커피나무에 나눠주며 3그루 중 겨우 1그루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것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커피가 전해지는 발판을 마련했다.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 즉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에서만 잘 자라는데, 이 지역을 커피벨트 또는 커피존이라 부른다. 아라비카종은 약 800m에서 2000m 정도의 고도에서 잘 자란다. 위도와 고도가 맞아야 커피 재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강원도 대관령과 제주도 한라산에서 커피 재배가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재배고도는 맞지만 위도에서 벗어나 있어 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먹을 수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좀 있으면 '브라질 세하도'나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처럼 '대한민국 대관령, 한라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를 먹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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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기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