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및 명글의 고향

그강에 가고 싶다/김용택

럭키홍 2007. 5. 18. 15:43






그강에 가고 싶다.



그 江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이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이 아니다

강가에서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을 볼 일이다

무엇이 바쁜가
이만큼 살아서 마주할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 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도 저 혼자 돌아간다

江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山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山에 그 江
그 江에 가고 싶다


 

詩. 김용택

 


'명시및 명글의 고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쇠뜨기  (0) 2007.05.23
봄길/정호승  (0) 2007.05.21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0) 2007.05.21
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0) 2007.05.20
가을 밤의 커피  (0) 2007.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