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및 명글의 고향

백두산 가는 길/ 안도현

럭키홍 2007. 7. 13. 09:32

백두산  가는 길

                                                          -  안 도 현 -

 

 

백두산 가는 길 멀고 험하여

못 가겠다 가다가는 쓰러져 죽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봐요

우리가 백두산에 갈 수있도록

여름에는 햇볕이 땅을 벌겋게 달구었고

겨울에는 못난 데마다 눈이 내려 주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보일 리 없는 길

들에 나가듯 출근하듯 가는 길

골목길은 바로 역사가 시작되는 길

자전거 타고 바람 가르며 학교 가는 길

운동장에 축구공과 함께 콩콩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을 교실에 불러 모아

산당화 피는 아침 국정국어교과서를 들고

나는 오늘도 백두산으로 간다

너무 늦었다 생각될 때 출발해도

아이들아 우린 꼭 닿을 수 있단다

밟고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람들 앞에서는 그 길이

볼수록 멀고 거친 길일 수밖에

자기 선전에 급급했기 때문에

그들은 백두산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통일되면 가야지, 그것은

앉은뱅이 그리움이다

그리움을 일으켜 세워 큰길로 나서자

누구나 가야할 길

백두산 가는 길

지금 발 딛고 선자리에서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원히 갈 수없는 길

선생님, 천지 물이 바다같이 깊고 푸르다지요

암 그렇고 말고 여러분 속마음과 똑같답니다

우리는 오늘도 백두산으로 간다

 

 

겨자씨 회보 제 35 호 (1992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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