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및 명글의 고향

꽃/ 서정주

럭키홍 2007. 12. 5. 17:15













<꽃>/서정주

가신 이들의 헐떡이던 숨결로
곱게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리털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ㅡ 그 기름 묻은 머릿박 낱낱이 더위
땀 흘리고 간 옛사람들의
노랫소리는 하늘 우에 있어라

쉬여 가자 벗이여 쉬여서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 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여서 가자

맞나는 샘물마닥 목을 축이며
이끼 낀 바윗돌에 턱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볼 하늘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