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및 명글의 고향

더불어 사는 삶속에 내가 있다

럭키홍 2008. 1. 13. 15:52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간다는 것은 퍽 어려운 일입니다.

옛말에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을 너무 살피면 이웃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맑다는 말은 때묻지 않고 물들지 않았다는 말일 겁니다. 때묻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삶은 결국 주위에 이웃이 보이지 않는 삶이 되고 만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부처도 중생 속에 있을 있을 때 진정한 부처라 했습니다. 남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여럿 속에 있을 때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자신이야말로 진정으로 튼튼한 자아라 할 것입니다.

바다에 이르는 강물을 보십시요. 맨 처음 강물은 산골짝 맑은 이슬 방울에서 시작합니다.

 깨끗한 물들과 만나면서 맑은 마음으로 먼 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러나 차츰차츰 폭이 넓어지고 물이 불어나면서 깨끗하지 않은 물과도 섞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렵혀질 대로 더러워진 물이나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물, 썩은 물들이 섞 여 들어오는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강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먼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강의 생명력은 매순간마다 스스로 거듭 새로와지면서 먼 곳까지 멈추지 않고 가는데 있습니다.

가면서 맑아지는 것입니다. 더러운 물보다 휠씬 더 많은 새로운 물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생명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끝내 먼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비록 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바다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쳐 온 모습으로 바다 앞에 서는 것입니다.

바다를 향해 첫걸음을 뛸 때만큼 맑지는 못하더라도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 모습으로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섞여 흘러가면서도 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지 않은 삶의 자세, 우리도 그런 삶의 자세를 바다로 가는 강물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시인 도정환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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