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밭 가꾸기(시 창작방)

벚꽃이 질때면

럭키홍 2008. 7. 1. 02:33

 

權不十年이요 花無十日紅이라

그 찬란하게 4월을 밝혀 주던 벚꽃 잎도 바람에 날리어 천수만의 가을 철새 처럼 낮은 허공을 날며 승무를 추는 듯하고

북쪽을 향해 고귀함의 꽃 봉오리를 터트려 북향화라 하는 백목련도 그 고상함을 잃은채 남루한 옷을 입고 소리없이 달빛아래 고개 숙이며 떨어지는 봄날.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남은 몇미터 앞을 멋지게 마무리 한다던
어느 노정객의 갸날픈 정욕(政慾)이
찬란하게 등장하여 영욕의 무대에서 누렸던 그모습은 어디가고
처량하고, 추함의극치를 이루는 요즈음 모습은
권력 십년의 퇴장하는 과욕의 말미인 것 같아 노정객의 인생이 구차해 보이는 올 봄날의 모습들이다.

벚꽃이 지고, 목련이 지고, 우리 베란다의 군자란이 지고,
집안을 온통 화사함으로 밝히던 철쭉이 지는 모습과 같아
꽃의 일생이나 사람의 일생이나 마지막은 모두 털고 지듯이
소리 없이 지는 모습이 자연의 섭리 아니겠는가?

싹을 틔우고,꽃을 피운뒤,열매를 맺고,
잎을 떨어뜨리고 가는 것이 나무의 일생이라면
사람이 태어나 젊은날 열심히 책과 싸우다, 사회에 진출해 땀흘려 일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의욕적으로 일하며 중년을 활짝피우고,
서서히 지는 모습이 사람의 일생인데

꽃이 피어 있을때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있으랴마는
질때의 그모습은 그 아름다움은 간데 없이
남루하고,흉직함으로 일생을 끝내는 것이 꽃의 모습이다.

사람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듯이
자연의 섭리 거절하면 추함을 더할 뿐이라는 이치를 느끼게 하는 현실이다.

꽃이 지는 모습은 마치 사람이 사라지는 모습과 너무도 유사 한 것 같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최근에 돌아 가신 나의 큰어머니 모습은 누구하나 반긴이 없이
어려운 세상에 태어나 험난한 세상에 짓밟히고, 온갖 삶에,
자식들의 어리숙함으로 인한 사업 실패로 인한 고통에 짓눌리며 살다가 간 짧은 삶이 마치 자연의 풍파와 인간의 시달림에 말없이 견디며 살아가는
어느 길 열에 핀 노란 민들레 꽃 같 것만

이 민들레는 서양의 민들레 꽃 가루는 거들떠 보지 않는 다고 해서
유명 가수가 부른 " 일편 단심 민들레" 라는 노래를 낳아 그 값어치를 다하고
한약방에 약재로 쓰인 건만
한 어른의 죽음은 그렇지도 못함이 더욱 나를 슬픔으로 가득채우고 있다.

이 4월은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 나를 정신적 패닉(공황 상태) 상태로 몰아 넣어

나를 궤도에서 이탈한 우주선 같이 우주를 방황하는 듯 하고,
쾌속으로 달리던 기관차가 탈선해 선로에 나둥그는듯하고,
열심히 달리던 마라톤 선수가 호흡곤란과 다리의 통증으로
레이스를 포기하고 중도에 나자빠져 누워 있는 모습같아
침묵과 조용함으로 일관하고 있지요.

마치 젊은 시절 사랑하던 여인과 이별의 아픔을 맛 보는 것 보다
더한 그런 감정이 마음의 파도를 일으켜
잔잔하게 가라앉아 평상의 바다 물결을 기다리며
말없이 지내고 있는 요즈음 나날에
백모님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파도는 다시 가라 앉지를 않네.

나의 조그만 욕심으로 절이 싫어 절을 떠나는 중의 모습이 나를 감싸고 있는데
회사 생활하며 느껴 보는 한 고비의 나의 감정이 상관에 대한 혐오감,
나 자신에 대한 패배감과 모멸감 ,회사에 대한 배신감,
주위 동료들에 대한 실망감 등등의 나쁜 감정으로 가득찬 4월의 한 나절을
우리는 잔인하다고 하는 가?

꽃이 지고, 노정객이 사라지고, 낙선한 국회의원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더 겸손하고,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보통인의 행복일 게다.

벚꽃은 순식간에 화려하게 피어 일순간 지고,
목련은 화사하고,우아한 자태를 자랑하지만 지는 모습은 추하고,
철쭉은 화사하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지고,
무궁화는 은근과 끈기의 생명력을 갖고 있지만 벌레가 꾀고,
매화는 일평생 추운 겨울에 피지만 향기를 팔지 않고(梅一生寒不賣香),
상사화는 잎이 말라 죽은뒤 꽃대가 나와 일평생 꽃과 잎이 만날수 없고(花葉不相逢)
들국화는 서리 속에서도 고독한 절개를 지키고,
배꽃은 향기가 구리어 벌이 찾아 들지 않아 인공수정을 시키어 배농사를 짓게하고,
밤꽃은 누런 색의 냄새가 인간을 창조하는 생명수같아 고야가 좋아하고
아카시아 꽃은 향기가 너무 좋아 벌이 찾아 꿀을 만들어 우리 식탁을 지키고 있지.

꽃은 피고 지고

사람은 나고 지고

10 일면 지고

10년이며 잊혀지고

100년이면 묻히어 사라지는 데

뭐 그리 욕심내는 가?
뭐 그리 원하는 가?

계곡 물 흘러 실개천 이루고
실개천 물 흘러 금강물 이루고
금강물 흘러 바다 이루듯

친구와 정나누며
가족 사랑하며
부모에 효도하며

보통화 수수함과 소박함으로
자연의 이치를 배우며
말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조용히 조용히 살다 가리라.

2004년 4월 18일 아침에 벽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