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를 봐라… 그리고 혁신하라”
'성공했다’고 말할 때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사람의 성공으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가’ 하는 점도 평가항목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 PC의 90%가 MS(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600억달러를 출연한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이다. 13년째 세계최고 갑부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빌 게이츠 회장. 그의 성공은 인류에게 지식정보사회를 선물한 제1 공로와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 실천함으로써 이룩됐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는 천재로 평가받는다. 선구자적 기업활동과 실적이 말해준다. 하지만 그가 원래부터 ‘컴퓨터 기술’ 분야의 천재는 아니었다. 그를 천재로 탈바꿈시킨 동인(動因)은 무엇일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의사결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고, 결과적으로 정답이다.
빌 게이츠는 1980년대 당시 컴퓨터 왕국 IBM이 메인 프레임에 의존하는 독자적 시스템(이른바 폐쇄형 시스템)을 고집할 때, 5만달러에 Q-Dos를 인수했다. 이후 IBM에 납품하면서 모든 컴퓨터에서 호환이 가능한 오픈(개방형) 시스템을 고집했다. 개인용 PC가 온 세상을 장악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독점’보다는 ‘표준’을 장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 판단이었다. 이 하나의 의사결정이 세상과 그의 미래를 갈랐다. 그는 PC개념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1인 1PC’ 세상을 꿈꾸었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세상 사람들은 2년 안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0년 안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빌 게이츠는 달랐다. 그는 10년 뒤로 시선을 고정하기 위해 매년 두 번씩 미 서북부 소재 작은 별장에서 일주일간 칩거를 통해 미래를 구상하는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가졌다.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두 번째 리더십은 핵심인재의 확보, 그리고 그들로부터 무한대의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능력에 있다. 빌 게이츠는 ‘인생에서 가장 탁월한 의사결정이 뭐냐’는 질문에 “폴 앨런과 스티브 발머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것”을 꼽았다. 그가 틈날 때마다 수백 번 외쳤다는 얘기가 하나 있다. “앞으로는 인재 영입을 위한 전쟁(War for Talent), 즉 IQ싸움이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세계적 금융회사인 골드만 삭스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그는 또 “우리 회사의 최고 인재 30명만 이적시키면, 그 팀은 곧바로 또 하나의 MS로 비상(飛上)할 것”이라면서 “유능한 인력이 빠지고 나면 모든 상품들은 순식간에 퇴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 번째 리더십 비결은 ‘성공에 대한 특별한 경계’다. 그는 “성공은 현명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실패란 없다고 확신케 만드는 어설픈 교사”라고 말했다. 또 “우리 제품도 2~3년만 지나면 구닥다리 제품으로 전락한다. 스스로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라고도 했다.
빌 게이츠는 끝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 “어떤 기업이든 현재의 영광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극단적인 경우 1년 안에 우리도 망할 수 있다. 매일 아침 눈뜨는 순간 혁신을 생각해야 한다.” 빌 게이츠는 성공을 꿈꾸는 차세대 리더들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주변 사람까지 전염시키는 용암처럼 솟구치는 열정, 그리고 끝없는 학습열이 그것이다.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 한 시간씩, 주말에는 두세 시간씩 책을 읽는다.”
모든 리더(Leader·지도자)는 리더(Reader·독자)다. 빌 게이츠도 예외가 아니다. ‘Change(변화)’의 g를 c로 바꿔 ‘Chance(기회)’를 찾는 빌 게이츠의 성공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조선일보 / 200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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