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밭 가꾸기(시 창작방)

'오래된 풍경'에서의 열무 김치 맛을 그리며

럭키홍 2009. 2. 20. 00:32

 

< '오래된 풍경'에서의 열무 김치 맛을 그리며 >

 

오래된 풍경이 그립습니다.
오래 된 풍경을 화폭으로 그리고 싶은 저녁입니다.

그 풍경에서 먹던 막걸리와 황태 찌게가 그립습니다.
그곳에서 소꼽 동무들과 부른 향화마을이 내 귓가에 들려 오고 있습니다.

그런 동네에서 그때 불던 바람이 그대의 간장을 녹여 몸 속 깊게 흘러 내리는 체액의 온도가
나의 숨소리와 대동맥의 고동소리에 달구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먹었던 열무 김치와 그때 먹었던 황태 국이 어제 마신 오십세주를 녹여
나의 영향분으로 실핏줄에 도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영국 엘리제 궁앞의 기마병 행진 하는 소리처럼 말입니다.

그 소리에 정월 보름 달 같은 눈 큰 아이도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눈이 사르르 감기곤 합니다. 오동나무 가지에 걸린 눈처럼 말입니다.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쌓여서 말입니다.


오늘은 서울에 일이 있어 다녀 오는 길에 가을의 귀뚜리 소리도 들었습니다.

가을이 저기 저곳으로 가고 있지요.
잡으려고 잡으려니 손 길을 뿌리 치며 말입니다.

멀리 가고 있는 가을의 붉은 치마를 잡고 소리 치고 싶습니다.
올 해 가을은 너무 무정하더라고 말입니다.

화려함 속에는 허무함이
찬란함 속에는 공허가 답습합니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도 붉고, 화려하고, 사치 스러울 정도로 장난을 치고 갑니다.
마치 그대들이 내 곁에서 스쳐 가듯이 말입니다.

여름이 깊으면 가을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가요?
유난히도 덥던 올 여름이 가을의 정열로 다시 솟아난 듯하던 붉은 정열이 이제 하나씩 하나씩 거리에 나 됭굴고 있습니다.

내 곁에 있던 그대 들의 숨소리도 꺼져 가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연구소 동료 들과 술한잔 하고 들어 오는 길에 홍류 동상의 친구 밸이 울렸습니다.
1주에 한두번씩 통화하는 목소리라도 가을의 이별 여행이 아쉬 운듯 서로 끌어 안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친구가 하는 말 " 야 우리 연서마을이 이상 한 것 같다" " 하면서 다짜 고짜 " 너 C와 싸웠니?"
연서마을이 썰렁하고 너의 글이 이상하다"
" 내가 어린네냐? "지금 나이에 여친네들과 싸우게 "
"그럴 시간 있으면 산에나 가겠다"

눈치 빠른 녀석은 머리를 굴리는 지 연서마을 탓을 하곤 나보고 뭐라 한다.

" 야 우리 서로 적적하고 너도 속이 편치 않으니 계룡산이던지 광교산이던지 막걸리나 한잔 하자" "좋지" 그래 다음에 언니들과 웃어 보자 하고 전화는 끊어 지었다.

사랑이, 우정이, 믿음이 깊으면 원망도 깊고, 시기도 생기고, 질투도 생기는 법이지요.
우리가 인간이기에 서로의 끈에 걸리다 보면 말이지요.

이제 흐르는 물같이,
들길에 핀 국화 같이,
소리 없이 흐르고,
향기 짙게 뿜지 않고
그대들의 얘기를 받아드리며
정을 나누며 , 사랑을 나누며 살렵니다.

그대들이 나를 곁에서 봐 주고
그대들이 내 얘기를 듣고 싶어 할때 까지 말입니다.

2004.11.9 일 저녁에 碧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