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소비자와 대화' 스토리텔링 마케팅 뜬다

럭키홍 2009. 11. 11. 19:24
 
 
‘로봇태권V처럼 고민한 멀티V’-‘눈밭에 누워’ 스웨터-‘나쁜여자’ 마스카라



소비자와 대화하는 식의 라벨과 제품 이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쉽게 기억되는 효과가 높다. 빨아 쓰는 종이 행주라는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명(왼쪽)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라벨링이 돋보이는 음료. 사진 제공 각 회사

“김 박사가 ‘로봇 태권V’를 만들 때 수만 가지 고민을 했을 겁니다. 우리는 비타민A, B, C에서부터 칼슘, 엽산, 아연까지 여러 영양소를 한 병에 담아 ‘멀티V’를 만들었죠.”

코카콜라가 최근 내놓은 ‘글라소비타민워터’의 레모네이드 맛 제품 라벨에 붙은 제품 설명이다. 6가지 맛으로 국내에 판매되는 이 제품은 라벨에 각 제품의 특성을 담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비타민C와 칼슘이 든 오렌지 맛은 ‘아침밥 챙겨먹고 여유롭게 집 나서는 건 일일연속극에나 나올 법한 일 아닐까요?’라며 아침에 마실 것을 권하고, ‘어제도 달리셨어요?’라며 비타민B와 칼륨이 든 프루트펀치 맛을 권하는 식이다.

구남주 코카콜라 홍보부장은 “제품의 타깃인 젊은층에게 얘깃거리가 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했다. 기성세대가 고개를 끄덕일 내용은 아예 배제하고 인터넷 블로그 스타일로 문구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품의 특징을 소비자와 대화하듯이 풀어내거나, 이름만 들어도 사용법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메시지보다 이야기를 잘 기억하는 사람의 뇌 구조를 공략한 마케팅 기법이다. 게다가 이야기는 감성을 파고들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한다.

○ 감성에 호소하는 제품명

미국의 여성 의류 브랜드 ‘앤스로폴로지’는 의상마다 디자인의 특징을 감성적인 문구로 표현한 라벨을 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겨울 스웨터에는 ‘Lying on the snow(눈밭에 누워)’, 화사한 색상의 꽃무늬가 수놓인 카디건에는 ‘spring medley(봄의 메들리)’를, 과감한 블랙 드레스에는 ‘Longest night(긴긴 밤)’ 등 시()에서 따온 듯한 문구로 제품 이름을 단다. 이름뿐만 아니라 라벨의 디자인도 독특하다. ‘Little birdie(작은 새)’라는 스웨터 라벨에는 귀여운 새가 줄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아 감성으로 호소한다.

재미있는 화장품을 모토로 하는 ‘베네피트’ 역시 타깃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치 있는 문구를 제품에 붙여 흥미를 자아낸다. 매력 있는 악녀 신드롬을 반영한 ‘Bad gal(나쁜 여자)’ 마스카라, 매끄러운 사용감을 강조한 ‘Touch me, then try to leave(만져 봐, 그러고도 떠날 수 있으면 떠나 봐)’ 보디크림 등이 대표적이다.

○ 특성 담은 친절한 제품명

국내 제품의 이름도 친절해지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빨아 쓰는 키친타월’은 제품명에서 사용법을 알 수 있다. 행주는 위생상 여러 번 소독해서 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종이타월은 물기에 약한 단점을 보완해 개발된 제품이라는 메시지를 이름에서 바로 전달한다.

매일유업의 ‘상하 짜먹는 까망베르 치즈’는 간편하게 짜먹도록 만든 튜브형 치즈로, 이름에서 제품의 기능적 특징을 한눈에 보여준다. CJ제일제당의 ‘쌀눈가득 햇반’ 역시 제품 이름에 쌀눈의 좋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