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없이 전화통 붙들고… 수다만 떠는 부하가 있는가… 외부전화 응대 업무 맡겨라… 고객 친절도 1등직원 될 것… 능력 깨워라, 그리고 칭찬하라… 어느새 당신은 '최고의 상사'…
부하직원 잘못 지적해 가르치는 것은 '下手'… 본인도 모르던 강점들 찾아주는 것은 '高手'…
사례 1.
'오후 3시 15분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는 김부재 고객님 계십니까?' A항공사의 박열성 대리는 공항에서 나오는 방송을 들으면서 공항 여기저기로 김부재 고객을 찾아다니느라 바빴다. 출발 시각까지 10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공항 대기실을 돌아보기로 했다. 막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에 얼굴이 벌겋게 되어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박 대리는 게이트에 연락을 한 후 김부재 고객과 짐을 나눠 들고 게이트로 뛰기 시작했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함께 달려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좋은 여행 되십시오"라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김부재 고객은 박 대리에게 절을 꾸벅하면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 비행기를 꼭 타야 했습니다. 덕분에 중요한 비즈니스를 놓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진정을 담은 감사를 전해왔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강인정 부장은 박 대리에게 "자네 정말로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구먼. 참 잘했어" 하고 다시 한 번 칭찬을 했다.
박 대리로선 시간에 늦은 고객을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했던 행동이었지만, 고객의 진정 어린 감사와 상사의 칭찬을 통해 업무에 보다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컨설팅회사인 타워스왓슨이 수년 전 한 항공사의 지상 직원들에 대한 역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례이다. 그 회사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 직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경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즉 고객과 상사 등 다른 사람의 칭찬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사례 2.
이순환 팀장이 새로 맡게 된 부서는 조직에서도 가장 한직(閑職)에 속하는, 속된 말로 승진을 위해서 잠깐 나왔다가 돌아가는 부서였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 배치된 최단순씨는 소위 10년째 단순 업무만 하면서 이 부서 저 부서를 전전하는 저(低)성과자로 낙인 찍힌 직원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승진 등 조직에서의 성공은 이미 포기를 한 상태에서 업무의 절반을 전화통을 붙잡고 혹은 메신저를 통해서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전 팀장들에게 물어보니 몇몇 팀장은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든 최단순씨의 태도를 고치고 성과를 올려보고자 노력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씨는 한두 차례 하는 척하다가 그만두고 옛날 습관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다른 팀장들은 조언했다.
이 팀장은 처음 한동안 이러한 최단순씨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하루는 불러서 면담을 했다. 한소리 듣겠구나 하고 어두운 얼굴을 하고 들어온 최단순씨에게 이 팀장은 야단을 치는 대신 한가지 부탁을 했다.
"제가 보니까 최단순씨는 전화를 참 잘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마침 회사에서 고객관계관리(CRM) 관련해 전화 친절이 강조되고 있으니 부서에 걸려 오는 외부 전화를 책임지고 응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팀장은 팀 회의에서 최단순씨에게 새로이 부여한 업무와 그 배경에 대해서 다른 팀원들에게도 알려줬다.
최단순씨는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무엇인가 본인이 회사에 공헌할 수 있고, 잘하는 일이 있다고 인정을 받은 데 고무돼 속된말로 목숨을 걸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화 친절도 조사가 진행된 몇 달 동안 해당 부서는 항상 조직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팀장은 수시로 팀 회의에서 "우리 부서는 최단순씨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다른 부서에서는 전화 친절도 조사 때문에 매일 이슈가 발생하는데 우리는 문제 없어요. 다른 분들도 전화 응대는 최단순씨가 하시는 것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라고 계속 격려해줬다.
조사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최씨는 스스로 이 팀장을 찾아와서 전화를 받으면서 느꼈던 문제점 중 하나를 자신이 해결해 보고 싶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순환 팀장은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다른 부서원들에게도 잘하는 일을 찾아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 부서는 2년이 지나지 않아서 조직 내에서 가장 오고 싶어하는 부서로 거듭났다.
인재 개발 영역에서 최근 1~2년 사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키워드를 꼽아보면 바로 '코칭(coaching)'을 들 수 있다. '리더는 일반적 교육이 아니라 코칭으로 육성해야 한다'라든가 '리더십의 가장 본질적 기술은 코칭을 잘하는가에 달려 있다' 등등 지금까지 인재(리더) 육성에서 나타난 이슈를 모두 코칭이 해결해 줄 것 같은 기세이다. 물론 효과가 높은 새로운 기법이 나타난 것은 분명 환영받을 일이지만, 너무 급속도로 회자되고 너무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면서 오히려 코칭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코칭은 '개선(잘못 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 잡아 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개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가까우며, '지도'하기보다는 '스스로 발휘'하게 하는 일이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에서 코칭을 활용해 나갈 때 코칭만의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코칭이란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이를 스스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다.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숨겨진 강점을 깨닫게 하라
리더들이 코칭 실습을 받으면서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이 바로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리더라는 위치에 올라가게 되면 문제를 파악하고 해당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중요한 역할로 부여받게 된다.
그래서 부하 직원에 대해서도 그 직원의 문제점을 파악해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훌륭한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림〉의 분류에 따르면 이러한 행동은 '지도' 혹은 카운셀링에 보다 가깝다. 코칭은 앞의 두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해당 직원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강점을 일깨워 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례 1의 박열성 대리는 칭찬이라는 형식의 코칭을 통해서 본인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에 역량이 높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사례 2의 최단순씨의 경우, 이전의 팀장과 이순환 팀장과의 큰 차이점은 이전의 팀장들은 최씨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고자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면, 이순환 팀장은 최단순씨에게 고객 응대의 높은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는 데 있다. 잘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고쳐 나가고자 하면 잘 되어야 평균 수준으로 만들 수 있지만, 본인만의 숨겨진 힘을 일깨워 주었을 때 그 사람은 순식간에 평균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코칭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효과는 이와 같이 '개발'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일깨워 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 ▲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방치하지 말고 지원하라
코칭 교육을 막 듣고 나온 많은 리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본인의 의견을 최대한 줄이고 상대방 스스로 의견을 내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하던 리더가 어느 날부터는 갑자기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소?"라고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된다.
문제는 부하 직원이 스스로 답을 하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부하 직원이 이를 실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수수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인재 육성에는 '자립 훈련'과 '달성 훈련'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자립 훈련이란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 던지고 기어올라오는 새끼만 거둬 들인다' 식으로 '당신이 알아서 해라' 형태의 방치에 가깝다. 반면 코칭에서 추구하는 '달성 훈련'이란 인재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조금씩 성공 체험을 해 나가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모처럼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고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말한 것이니까 스스로 잘해 보라'는 식으로(물론 간간이 "무엇을 도와 드릴까"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지만) 되면, 부하 직원은 다시 한 번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부하 직원이 스스로 인식하기 시작한 강점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성공 경험을 통한 자신감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사례 2에서 이순환 팀장이 최단순씨에게 "참 전화를 잘 받으시는데 이것을 잘 활용해 보시죠" 정도로만 끝내고 기다렸다면 결코 최단순씨가 자신의 능력을 꽃피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팀장의 코칭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최단순씨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 이상으로 최단순씨가 빠르게 이를 활용하여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업무를 잘 매칭해 주었기 때문이다. 전화 업무는 주 단위로 바로바로 성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 체험을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큰 그림, 작은 성공(Big Picture & Small Win)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공통점은 '큰 그림, 작은 성공'으로 요약된다.
'큰 그림'은 자신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작은 성공'이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 나감에 있어서 기적처럼 어떤 일을 한순간에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작은 성공을 쌓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큰 성공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칭이라는 프로그램의 바람직한 방향성 역시 스스로 '큰 그림(big picture)'을 설정하게 하고, '작은 성공(small win)' 경험을 쌓아나가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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