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 이야기

한국 미래성장 투자 ‘5인의 두뇌’가 이끈다

럭키홍 2010. 5. 26. 08:35

 

                  한국 미래성장 투자 ‘5인의 두뇌’가 이끈다 [중앙일보]

 

2020년 세계 5대 기술강국. 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 전략기획단 황창규 단장의 목표다. 이를 끌고나갈 ‘야전사령관’ 격인 상근 투자관리자(MD)의 진용이 24일 갖춰졌다. 누가 선임되는지를 두고 산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누가(who)는 곧 무엇(what)을 의미한다. 이들의 R&D 투자에 따라 10년 뒤 한국의 산업지도는 확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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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주력 MD
자동차·조선·철강 10년 내 세계 3대 기술강국에 진입


주영섭 주력 MD
주영섭(54)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원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종합적인 조정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된다. 주 연구원은 대우전자 재직 당시 정보통신사업부장과 연구소장을 역임하며 디지털·멀티미디어 제품 개발과 수출 확대를 꾀했다.

특히 2006~2008년에는 자동차 전장품 제조업체인 현대오토넷을 이끌며 독일 벤츠-메르세데스와 미국 GM·크라이슬러의 공급자로 선정되는 등 국내 전장품 산업 육성에도 기여했다.

황창규 단장은 이날 “주력산업 분야의 비전은 주요 제품·기술의 융·복합화를 통한 ‘토털 솔루션’ 구현”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자동차·항공·기계·철강·화학·섬유 분야를 상호연계한 R&D 전략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R&D기획단은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면 2020년까지 자동차·조선·철강 분야에서는 세계 3대 기술강국에, 기계·항공·화학·섬유 분야에서는 5대 기술강국에 진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주 연구원이 산업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와 전자산업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이 감안됐다”고 말했다.

조신 정보통신 MD
무선인터넷-다른 산업 융합
‘스마트 월드’ 구축이 키워드


조신 정보통신 MD
조신 MD는 일찍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일하며 정보통신기술(ICT)에 관한 정책 얼개를 그리는 데 일조했다. 이후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의 요직을 거쳐 초고속인터넷 회사인 SK브로드밴드 대표를 지냈다. ICT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경영자(CEO)형 전문가다.

향후 그가 선보일 정보통신 비전은 올 들어 그가 강조한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스마트 월드’다.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스마트 자동차(카)’ ‘스마트TV’ ‘스마트 공장(팩토리)’ 등 무선인터넷과 다른 산업의 융합 서비스를 제시했다. 또 ‘손 안의 PC’라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혁명’을 꾀한다. 그는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와 기업이나 정부에 사업과 정책 과제를 안겨 줬다”고 주변에 강조해 왔다. 마지막 키워드는 ‘차세대 입체(3D)영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물론 동영상 콘텐트나 전용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까지 높이자는 취지다.

그는 이런 국가 정보통신 전략을 세우려면 법·제도의 과잉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원격의료나 스마트TV 등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고 진입 규제를 낮추자는 것이다.

김선영 융합·신산업 MD
『동의보감』은 신약 레시피
“블록버스터급 개발할 것”


김선영 융합·신산업 MD
김선영 서울대 교수는 국내 최초로 유전자 치료 분야의 연구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학내 벤처인 바이로메드를 설립해 상장시키기도 했다. 단일 연구자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6개나 되는 신약을 개발했다.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그가 융합과 신산업을 책임질 투자관리자(MD)로 내정된 것은 이 분야 연구개발(R&D) 역량을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교수도 이날 “시장에서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낼 수 있도록 R&D를 활성화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경쟁이 치열한 신약 개발 분야에서 한국의 지위는 미미하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열려 있다는 것이 전략기획단의 생각이다. 여러 신약이 나오고 있지만 암·심혈관·신경질환·성인병 등 핵심 질병을 근원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신약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황창규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그 방법 중 하나로 동양의학을 언급했다. 그는 “『동의보감』은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진 천연 신약 레시피인데 과학기술과 접목되지 못해 신약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획단은 또 이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최현철 기자

홍순형 부품·소재 MD
나노기술 분야 대폭 보강
시장선점 10대 소재 개발


홍순형 부품·소재 MD
그의 참여로 정보기술(IT)·나노기술(NT)·생명기술(BT) 세 축인 부품·소재 산업 육성 계획 중 NT 분야가 보강될 전망이다. 홍 교수는 국내 나노복합 소재 분야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큰 기여를 해왔다. 2005년 세계 최초로 탄소나노 튜브를 활용한 나노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나노 복합소재 분야에서 핵심 특허 19건을 갖고 있다. 탄소나노 튜브는 철강보다 여러 배 강하고 금속만큼 전기가 잘 통하는 신소재다. 이를 금속이나 세라믹 등 기존 소재에 고루 분산시키면 고강도의 나노 신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나노 신소재 연구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한다. 홍 교수는 “부품·소재 산업은 여타 산업의 원동력인데 우리나라가 취약한 분야다. 특히 소재 쪽이 매우 뒤떨어졌다”고 평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반도체 등 부품 수출 호조로 1분기에 부품·소재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517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핵심 소재의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최근 금속·화학·세라믹·섬유 등 소재 분야의 세계시장 선점을 목표로 ‘세계시장 선점 10대 소재(WPM·World Premier Material)’ 개발 사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박상덕 에너지산업 MD
에너지, 성장동력 산업으로 원전 분야 적극 지원 예상


박상덕 에너지 MD
지금까지 에너지 산업은 수동적인 영역이었다. 스스로 무엇을 한다기보다 다른 산업이 제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규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산업을 연구개발(R&D)의 핵심 5개 분야로 선정한 것 자체에 그런 의지가 실렸다. 에너지 산업을 성장동력 산업으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수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분야 투자관리자(MD)로 선정된 박상덕 전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은 30년 넘게 에너지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스스로 “내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에너지 산업”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그의 주전공은 원자력이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발전소에서 노심 관리 등 현장의 핵심업무를 오래 담당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그의 주도 하에 원전 분야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이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기술개발의 초점도 국가 기반시설의 건설과 유지에 필요한 것보다는 시장이 찾는 기술 쪽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황창규 단장도 ‘최종 소비자로부터 1마일 이내에 있는 기술’을 강조했다.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 등이 그런 분야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