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CEO가 되려면 한 우물만 파라”

럭키홍 2010. 6. 4. 17:02

 

                                               “CEO가 되려면 한 우물만 파라”

2010년 05월 31일 17시 13분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은 내부 인재…금융계는 외부 인재 영입
각 부서 돌며 여러 직책 섭렵은 기본…전문 분야 갖고 있어야 1순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비즈니스맨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왜 그럴까. 표면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CEO가 되면 우선 상대적으로 많은 월급을 받고, 막강한 권력을 쥘 수 있다.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고 자연스레 배어나는 여유로움은 일반 직장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이러한 매력에 빠져 누구나 회사 입사와 동시에 “나도 꼭 CEO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기업의 CEO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방법을 몰라서 그렇고, 안다고 해도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원에서 부터 CEO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벌어지는 경쟁을 위한 체력은 기본.

CEO가 된 이후에는 실적을 위해 매 순간 힘겨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만큼 강인한 정신력도 필수다.

<이코노믹리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CEO 30인 DNA를 탐구했다. 이들이 걸어 온 길은 CEO를 꿈꾸는 직장인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또 어떻게 해야 사원으로 시작해 CEO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도 실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가 되기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족보다도 회사가 1순위 였고, 자유로이 개인 생활을 즐긴 것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실적으로 인해 매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좋지 않은 일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후회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을 행복으로 여깁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삶을 요약하면 딱 이렇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대기업의 총수까지 올랐으니 비즈니스맨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직장인의 별’이란 애칭을 얻었다. CEO를 꿈으로 갖고 있는 대학생이 만든 동아리에서는 주요 연구 대상이 된다. 어떻게 하면 평사원으로 출발해서 CEO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된 논제다.

결론은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달라진 만큼 똑같은 원칙을 적용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게 이유다.

다만 탁월한 업무 능력과 한 기업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뚝심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될 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CEO가 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답은 있고, 방법도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CEO가 되는 첫 걸음으로 현직에 있는 CEO의 약력에 주목했다. 이들이 어떤 회사와 직책을 거쳤는지, 또 특별한 능력은 무엇인지를 통해 답을 찾았다.

대기업의 CEO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 해당 기업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사도 좋고, 계열사도 나쁘지 않다. 또 금융권, 과거 공기업의 CEO가 되고 싶다면 현재의 일에 충실해야 한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 입사해 실력을 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대신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오너 기업’과 ‘비오너 기업’ 극명한 차이
실제 국내 자산순위 30위 기업의 CEO 출신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대기업은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현대차, LG 등에서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나머지 13명은 금융계와 KT, 한전에 재직 중이다(표 참조).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부속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원인은 ‘오너 중심 기업’과 ‘비오너 중심 기업’의 차이로 꼽았다.

오너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업은 업무 특성상 기밀과 오너 일가 비밀 보호를 위해 내부 출신을 선호한다는 것. 반면 공기업을 지향하며 만들어진 금융계와 한전, KT 등은 실력 위주의 인재 영입을 위해 선발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그는 “CEO로 선발되는 데 실력은 기본으로 어디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는지, 무슨 직책을 거쳤는지가 중요하다”며 “CEO가 되려면 여러 직책을 두루 거치며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CEO 30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이들은 모두 내외부에서 실력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업의 말단 부서에서 핵심 부서를 모두 거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기업군의 경우 삼성생명의 이수창 사장이 대표적인 인사다.

이 사장은 보험 영업을 시작으로 중앙일보 기획실, 제일제당, 삼성화재 등을 거쳐 국내 최고 보험업계 CEO에 올랐다. 또 LG전자 남용 사장은 기획팀, 해외투자실, 미주법인, 재경파트를 두루 거치며 업무를 배워 CEO가 된 케이스다.

금융계와 과거 공기업 CEO로는 강정원 KB금융지주 부회장과 주강수 한국가스 공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강 부회장은 시티은행에 입사, 도이치방크 서울지점 대표, 서울은행 은행장을 거치며 놀라울 만큼의 업무 능력을 보였다.

주 사장도 업무 분야뿐 아니라 현대종합상사 캐나다 재직 당시 캐나다 광산에서 근무를 했다. 워낙 뛰어난 일 처리 능력을 보여 당시 그룹 회장이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CEO를 꿈꾼다면 실력 키워야
대한민국 CEO는 세계 어느 기업 CEO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 전략을 마련할 때면 큰 그림을 그릴 때나 작은 그림을 그릴 때나 오너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김용희 현대자동차 부회장, 지창수 대한항공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등(관련 기사 20∼32면)은 국내를 대표하는 CEO들이다.

그룹의 각 부서를 돌며 몸소 체험한 경험과 이를 토대로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항상 자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CEO 30인. 이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직장인이 꿈꾸는 미래지향적인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