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긍정적인 조직변화 5D 모델

럭키홍 2010. 11. 28. 13:50

스토리 가진 기업이 뜨는 시대… 제 2의 허각 스토리 찾아라
기사입력 2010-11-27 03:00:00



‘슈퍼스타K2’의 최종 우승자 허각 씨는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도 판촉 행사나 결혼식 등에서 노래를 부르며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탁월한 노래 실력과 그의 인생 역정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허 씨는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숱한 이야기와 신드롬을 만들었던 ‘슈퍼스타K 2’가 최근 끝났다. 슈퍼스타K는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이 만든 서바이벌 게임 형식의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로 등극한 허각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그룹보다도 높다. 허각이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된 데는 탁월한 노래실력 위에 더해진 허각의 인생역정 스토리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허각은 환풍기 수리공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판촉 행사나 결혼식 등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래의 꿈을 버리지 않고 노력해온 청년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남다른 스토리를 가진 연예인은 군계일학처럼 눈에 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비슷해지면 결국 스토리를 가진 기업이 주목을 받는다. 스토리텔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론을 소개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2010년 12월 1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디지털 시대의 영웅=스토리텔러

고대에도 스토리는 중요했다. 이솝 우화, 예수의 가르침 등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기억한다. 연관성 없이 나열된 정보는 열 개도 기억하기 어렵지만, 이야기는 몇 시간짜리라도 기억한다. 예를 들어 호미, 소, 항아리, 두꺼비, 선녀, 원님 등을 연속해서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콩쥐 팥쥐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 다양한 출연진을 자연스럽게 외운다.

이처럼 이야기의 형태로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던 인류의 조상들과 달리 산업화 사회의 인류는 사전식으로 나열된 정보의 위대함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숫자에 의한 경영과 관리가 보편화되고 이야기는 문간방으로 밀려나는 듯했다. 그러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가 정보의 저장과 분석을 대신하면서 인간의 두뇌가 원래 선호하던 이야기로 관심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의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는 남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부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은 사장의 공식적 권위를 의식해서 사장의 이야기를 듣지만 팬들은 스타의 매력에 빠져 자발적으로 스타의 사진과 이야기를 퍼 나른다. 이처럼 새로운 질서로 움직이는 수평네트워크 사회에서 이야기는 매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은 여전히 수직적 구조의 관성에 의지해 조직을 관리한다. 기업들이 스토리텔링의 본질과 활용법을 이용하면 보다 손쉽게 조직관리를 해나갈 수 있다.

기업 내에 이야기가 가장 풍성한 시기는 기업 인수합병, 분할 등의 변화의 시기다.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면서 변화 관리, 스토리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수직적 구조에서 이 과정은 대체로 상명하달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고경영자가 스토리를 만들면 계층별로 임원과 관리자가 스토리를 이해하고 조직의 하부구조로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소통 블랙홀과 트위스터가 발생한다. 의사소통 블랙홀은 전달할 메시지를 자신만 듣고 전달하지 않는 관리자들이고, 트위스터는 메시지를 왜곡해 전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처럼 수직적 조직에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과정은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마련이다. 반면 조직의 리더가 수평적 구조에서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을 최소화하면서 구성원들의 신속한 협조를 얻을 수 있다.

○ 긍정적인 조직변화 5D 모델


마치 해바라기가 해를 향해 몸을 돌리듯이 사람들도 긍정적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전파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이뤄낸 역전승의 이야기는 늘 희망과 짜릿한 쾌감을 준다. 문제점이 아닌 기존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스토리텔링은 ‘솔루션에 초점을 둔 카운슬링’이나 ‘긍정적인 조직변화’라는 방법론의 형태로 진화했다.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스토리텔러라면 긍정적인 조직변화(Appreciative Inquiry)의 5D 모델을 시도해 볼 만하다.

첫째, 이슈를 긍정적으로 정의하라(DEFINE Issues). 일반적으로 내부 조직원들은 외부인보다 더 혹독하게 자신의 이슈를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비판능력을 업무능력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있어서 다른 직원이나 조직의 이슈를 비판하도록 조직원들을 몰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도가 더 각광받고 있다.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은 몇 해 전까지 승객 수화물을 자주 잃어버리는, 서비스 품질이 낮은 항공사로 꼽혔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경영진은 컨설턴트를 불러들였고, 이들은 모두 수화물 분실 문제에만 집중했다. 컨설턴트는 긍정적 관점에서 이슈를 정의하기 위해 영국항공의 장점을 거듭 물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방대한 고객정보, 운영 노하우라는 영국항공의 장점이 발견됐다. 이후 영국항공은 승객 수화물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에 집중하는 대신, 승객들이 영국항공을 좋아할 만한 ‘차별화된 도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를 논의했다. 이처럼 이슈를 긍정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희망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다.

둘째, 긍정적 핵심을 발굴하라(DISCOVER Positive Core). 컨설팅을 하던 시절 필자는 조직의 문제에 대해 하소연하는 고객을 많이 만났다. 듣고 있으면 회사가 곧 망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10년째 성장하고 있다.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나와 심리학계의 거장이 된 빅토르 프랑클은 자신에게 상담을 청한 환자가 고민을 호소하면 간단히 대답했다. “그렇게 사는 게 힘들면 죽으세요.” 깜짝 놀란 환자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면 프랑클은 환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공한 경험을 회상하게 했고, 그 안에서 환자가 자신의 강점과 삶의 의미를 되찾도록 했다. 스토리에 강한 리더는 조직을 상대로 이와 같은 상담을 한다. 그는 조직원들이 자긍심을 느낄 만한 이야기를 발굴해 핵심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버린다. 이렇게 만들어낸 긍정적 핵심(Positive Core)은 변화의 단초가 된다.

셋째, 긍정적인 핵심을 확장한 미래를 꿈꿔라(DREAM). 긍정적 핵심은 조직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단단한 도약대가 된다. 리더는 직원들에게 조직의 긍정적 핵심을 무한대로 확장할 때 조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 보라고 조직원들을 자극한다.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꾸는 꿈은 조직의 지향점 역할을 한다. 기존 벤치마킹이 업계 선두인 다른 기업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에 비해 미래의 꿈은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보다 쉽게 변화에 동의할 수 있다.

넷째, 미래를 설계하라(DESIGN the future). 조직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다뤄야 할 과제를 이야기하고, 조직구조나 제도 차원에서 개선사항을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디자인 단계는 실질적인 개선항목들 간의 우선순위, 자원조달 등의 이슈를 논의하는 단계다.

다섯째, 약속한 미래를 구현하라(DELIVER on promise). 미래를 실제로 구현하는 단계다. 4, 5단계는 기존의 컨설팅 방법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1∼3단계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리더의 차별화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긍정적 스토리에 대한 체로키 인디언의 우화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나이 든 체로키 인디언이 무릎 밑에서 놀고 있는 손자에게 늑대 이야기로 삶의 지혜를 전해줬다. “우리 마음속에는 두 마리 늑대 사이의 끔찍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단다. 하나는 악한 늑대인데, 두려움 분노 시기심 욕심 교만 등을 상징한다. 다른 하나는 선한 늑대인데, 기쁨 겸손 자신감 자애 진실 친절을 상징하지.”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결국 어느 늑대가 싸움에서 이기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먹이를 주어 키운 늑대가 이긴단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서도 이 사회는 여전히 희망의 스토리에 굶주려 있다. 비판과 책망을 아끼고, 우리 안에 잠재된 희망의 씨앗을 일깨우는 스토리텔러가 시대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 yskim@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