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과 시리얼 만든 켈로그의 공통점은

럭키홍 2010. 11. 28. 14:42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과 시리얼 만든 켈로그의 공통점은

  

 



켈로그의 시리얼 개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경영자의 감수성은 고객이 존재하는 현장에서 그들과 직접 접촉하는 가운데 형성된다. 훌륭한 감수성을 갖는 방법은 바로 역지사지다. DBR 그래픽
시리얼을 만든 윌 키스 켈로그,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윤석철 한양대 경영대 석좌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경영자의 감수성(sensitivity)’에 충실했다. 경영자의 감수성이란 고객의 필요, 아픔, 기호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경영자의 인식능력이다. 윤 교수의 저서 ‘경영학의 진리체계’에 따르면 ‘미천한 백성이 글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군왕과 귀족의 오만, 소화기 환자들의 속이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강한 자의 오만에 머물고 말았다면 한글과 시리얼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켈로그의 창립자 윌 키스 켈로그는 초등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했다. 그는 미국 미시간 주의 작은 도시 배틀크리크에 있는 한 내과병원에서 25년간 잡역부로 일했다. 입원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하던 그는 소화기 계통 환자들에게서 빵을 먹으면 속이 편치 않다는 푸념을 듣게 됐다.

이때 그는 환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연민을 느꼈다. 켈로그는 문제의 원인이 빵 속에 남아 있는 이스트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이스트가 없는 곡물음식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곡물을 삶아 압착하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여러 실험을 거친 끝에 켈로그는 마침내 시리얼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리얼은 섬유질이 많은 밀 껍질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어 영양가도 빵보다 높고 소화기 건강에 도움이 됐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켈로그에게 계속 우편으로 시리얼을 주문했다. 이렇게 해서 시리얼은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아침식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켈로그는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면에도 백성을 향한 연민의 정이 큰 작용을 했다. 말이 있어도 글이 없어 뜻하는 바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백성들의 고충, 특히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백성들에게 제대로 농사짓는 법을 가르칠 책(농사직설·)조차 한문으로 돼 있는 현실에 세종대왕은 아픔을 느꼈다. 이 같은 감수성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로 평가 받는 한글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다면 훌륭한 감수성을 갖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역지사지()다. 내가 약속시간에 늦으면 차가 막혀서 그런 것이고 남이 약속시간에 늦으면 무책임하기 때문으로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상대방이 늦는 것을 차가 막혔기 때문으로 양해해줄 수 있고 내가 늦었다면 혹시 서두르지 않은 잘못이 나한테 있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의 많은 갈등과 오해, 충돌은 자기라는 틀에 갇혀 바깥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 틀에서 나와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면 분명 세상은 달라 보인다.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즐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 사이의 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티격태격하던 사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하고 나면 타협책을 찾거나 윈윈하는 방법을 만들어내기가 쉽다. 적어도 상대방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영원한 원수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가 바로 역지사지에 대한 이야기다. 원래의 이야기대로라면 꾀 많은 여우가 여행에서 돌아온 두루미에게 음식을 대접하겠다며 넓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 와서 골탕을 먹였고 두루미가 나중에 목이 긴 병에 음식을 담아 여우에게 대접함으로써 통쾌하게 복수를 했다. 그런데 실은 여우가 꾀가 많은 게 아니라 남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미련한 존재였다고 생각해보자. 두루미를 제대로 대접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두루미의 입장을 모른 채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넓은 접시에 음식을 담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여우는 모르고 실수를 한 것이지만 두루미는 알면서도 고의로 여우를 골탕 먹였다. 그렇다면 정말 나쁜 쪽은 두루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여우와 두루미가 행한 행동의 결과는 어쨌든 같았다. 잘 모르고서 남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나 고의로 남을 골탕 먹인 것은 결과적으로 다를 바 없다.

현대사회에서 역지사지를 실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빨라진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고 역지사지의 여유를 부리다가는 나에게 불이익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지금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 조만간 내가 맞닥뜨릴 상황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내가 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대방이 나라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한층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선다는 게 단지 상대방에게 양보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바로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이 상대방의 귀에 어떻게 들릴지를 항상 염두에 둔다. 훌륭한 판매원이나 협상가는 상대방의 문제를 잘 듣고 해결해줄 줄 아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는 기업에도 손실을 줄이고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고객의 입장을 잘 헤아리는 기업은 고객의 사랑을 받고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영자는 종업원의 입장에서, 또 종업원은 경영자의 입장에서, 공무원은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은 수고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한 번씩 더 생각하고 돌아보면 결국 각자의 위치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삐걱거리는 일이 없이 아주 잘 돌아갈 것이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hughcj@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