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는 지하 10~20m에 건설되는 거대한 ‘이온 공장’이자 ‘이온 공작실’이다.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모든 이온을 만들고, 초고속으로 가속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원소를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이온 공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가 하면 가속된 이온을 암세포에 쪼여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에 쪼이면 방사선 방출 기간을 현저히 줄일 수도 있다. 이온으로 온갖 조작을 해보는 것이다.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시설로는 사이클로트론과 온라인이온분리기(ISOL)·가속관을 꼽을 수 있다.
가속관은 중이온을 빠르게 가속하는 부분이다. 원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느려진다. 같은 에너지로 가속시켜도 가벼운 탄소보다는 무거운 우라늄의 속도가 더디게 올라간다.
중이온을 가속하는 터널은 항아리 형태의 어른 키만 한 통 수백 개가 중이온이 지나갈 수 있는 파이프에 의해 일렬로 연결돼 있다. 항아리가 파이프로 목걸이처럼 꿰어져 있는 형태다. 그 속에는 영하 270도가 넘는 액체 헬륨으로 냉각된 초전도체가 사용된다. 그래야 전기 소모도 적고, 높은 에너지를 소화할 수 있다.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새로운 가속기다. 성균관대 채종서 교수는 “우리 중이온가속기는 처음 만들어진 동위원소를 낮은 에너지를 거쳐 다시 아주 높은 에너지로 가속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다”며 “고에너지로 가속된 동위원소를 금속판에 충돌시키면 새로운 동위원소 빔(다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물질의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 채 교수의 설명이다. 세계가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동위원소=양성자 수는 같으나 중성자 수에서 차이가 있는 물질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화학적 특성은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