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 이야기

과학벨트로 관심받고 있는 가속기는? 

럭키홍 2011. 4. 13. 17:45

과학벨트로 관심받고 있는 가속기는?
미시세계 물리법칙 규명 핵심 연구시설… 우주생성 과정 실마리·癌 치료 등 활용

과학벨트와 함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가속기(Accelerator. Particle Accelerator)다.

가속기는 원자로부터 떼어낸 양성자, 전자, 이온 등의 전기를 띈 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을 사용해 빛의 속도(30만㎞/초)에 가깝게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구동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거대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장치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20% 정도가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연구결과로 수상했을 만큼 원자핵이나 그보다 작은 소립자 등을 연구해 미시세계의 물리법칙을 규명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연구시설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과학 선진국들은 이미 1910년대에 가속기를 개발해 핵물리학, 입자물리학 연구에 사용해 왔다. 현재는 생명과학, 의학, 핵공학, 나노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전 세계에 설치돼 있는 크고 작은 가속기는 약 1만7000여대에 달한다.

가속기는 입자를 가속시킨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가속입자의 종류에 따라 방사광(전자)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 양성자 가속기로 구분된다. 또 가속시키는 방법에 따라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로 다시 분류된다.

중이온 가속기는 주기율표에 있는 다양한 원자를 이온화시켜 가속시키는 장치이다. 원자핵보다 작은 미시세계(펨토(1000조분의 1미터) 탐구를 위해 고안됐으며 원소 생성원리를 실험적으로 증명해 우주창조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가속된 중이온을 암세포에 충돌시켜 암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중이온가속기로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FRIB,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RIBF, 독일 GSI의 FAIR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벨트 거점도시에 중이온 가속기인 ‘KoRIA(Korea Rare Isotope Accelerator)’가 설립될 예정이다.

양성자 가속기는 물질구조에 대한 이해와 기초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물질구조 변경을 통한 신소재 개발과 암 치료 등에 응용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Large Hardron Collider)가 가장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 완공 예정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주양성자가속기(PEFP)가 있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방사광)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고 이를 전자석을 이용해 회전시킬 때 발생하는 자외선, X선 등 넓은 영역의 고휘도 빛을 얻을 수 있는 장치이다. 대표적인 방사광 가속기로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SPring-8(the Super Photon ring-8 GeV)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중반 완공된 포항방사광가속기(PLS)가 있으며 이른바 ‘형님 예산’ 논란을 빚으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설립 예산이 올해에도 책정됐다.

포항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과학벨트에 방사광 가속기가 필요하다거나 중이온, 양성자, 방사광 가속기를 한 곳에 집적시켜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여러 논의 끝에 과학벨트에는 중이온 가속기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이번 일본 대지진에서 볼 수 있듯이 예상치 못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들어서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결국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김형석 기자 blade3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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