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미국식 경영은 답이 아니다…사람이 답이다 ( 人經營 )

럭키홍 2011. 6. 30. 10:23

 

미국식 경영은 답이 아니다…사람이 답이다
라이언人이 본 라이언 경영
① 육아휴직 최대 6년까지 사용해
② 정년 60세지만 65세까지 가능
③ 지방발령땐 배우자직장 찾아줘
기사입력 2011.06.24 14:01:20   

 

 

 

후지시게 사장은 라이언사에 42년째 몸담고 있는 `라이온 인(人)`이다. 20대 풋풋하던 청년시절부터 돋보기 쓴 60대 중반의 사장님이 될 때까지 120년 장수기업의 역사 중 3분의 1을 지켜봐 왔다. 일본의 최호황기도, 1991년부터 시작된 장기 불황도 라이언과 함께 겪었다. 그는 40년 이상 라이온에 머문 산증인이다. 라이온의 건재 비결을 물었을 때 그는 단 1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 회사에 42년간 있으면서 몸소 느낀 게 있습니다. 이 회사는 사람 중시 경영을 하는 회사예요. 다양한 인재는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라는 사실을 라이온은 창사 초기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있는 미래에는 다양성 있는 인재가 내부에서 대우받으며 활약하는 게 회사에 더 큰 힘이 될 겁니다."

-라이온사만의 인재관리 시스템이 있나요.

"정년 연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정해둔 정년은 60세지만 희망하면 65세까지 정년을 늘릴 수 있어요. 해외에서 입사한 사람들이나, 여성을 배려하기 위한 시스템도 운영 중이에요. 여성의 경우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최대 6년간 연속 휴직이 가능합니다."

사실 한국에도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라면 육아휴직제도는 마련돼 있다. 국내 법상으로도 최대 3년은 육아휴직이 가능하며 이 중 1년은 재직기간으로 인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 이 제도가 제대로 활용될 수 없는 이유는 `문화` 때문이다. 휴직을 권유하지 않고, 휴직 후 돌아와서는 부서를 옮기는 게 당연한 문화에서는 아무리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 있어도 실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질문에 답변을 하는 그의 목소리는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들어갔다.

"6년간 휴직하면 많은 이들은 다시 본인의 업무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100% 돌아올 수 있어요. 이들에게 언제든 다시 `활약할 수 있다는` 신뢰를 회사에서 주는 게 중요한 겁니다."

-직원에게 회사를 강력하게 신뢰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나요.

"오랜 기간 직원 입장에서 고안해 다양한 시스템을 선보이고 무엇보다도 이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 모습을 여러 선례를 통해 보여줘야죠. 우리 회사는 개인 사정 때문에 회사를 퇴사해야 하는 사람을 잡지 않아요. 다만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두죠. 5년 안에는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재입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어요. 만일 아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지방 발령이 났다고 칩시다.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가족과 떨어지지 않고 싶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겠지요. 우리가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그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겠지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결정은 좀 더 쉬워지겠지요."

-직원이 가족을 배려하게끔 하는 회사군요.

"우리가 직접 배려하기도 해요. 맞벌이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직원을 다른 지역으로 발령낼 때는 그의 아내가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회사에서 알아봐 줍니다."

그는 회사의 존재 이유를 `사람`이라고 말한다. "회사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이 사람은 회사 내부의 사람이기도 하고, 외부의 사람이기도 해요. 그를 구분할 필요는 없어요. 내 회사에 속한 직원도 사실은 우리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입니다.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게 우리의 의무라면 제품을 만들고 또 이 제품을 구입하는 `내부 직원`을 먼저 만족시키는 것 역시 우리의 의무예요."

후지시게 사장이 말하는 `사람 경영`은 전형적인 일본식 경영방식이다. GE 등의 경영방식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경영의 목적이 `주주 이익 극대화`라면 일본식 경영은 회사 직원과 거래처,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배려하는 경영이다.

-많은 기업이 지금까지는 일본식 경영보다는 `미국식 경영`을 따라온 게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식 경영방식이 굉장히 존중받았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기간이 짧죠.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효율성도 높고요. 하지만 나는 미국식 경영은 틀렸다고 봅니다. 사람을 비용으로 보고, 기계로 보면서 낸 성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있는 회사가 사람을 기계 취급한다는 건 올바른 경영방식이 아닙니다. 종업원이 만족하는 형태를 만들지 않으면 사업은 영속될 수 없는 법입니다. 미국식 경영을 따르는 기업들은 많은 실패를 겪었고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람 중시 경영을 고수할 예정인가요.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는 회사와 이해관계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갈 수 있는 기업 방식 때문입니다. 이건 우리가 120년간 고수한 방식이지요. 우리뿐 아니라 많은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가치를 상징하는 용어도 생겼더군요.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하는 `공유가치(shared value)` 말입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공유가치`는 기존의 이익공유보다 공유가치 창조가 훨씬 더 큰 효과를 낸다는 개념이다. 그는 식품업체들이 아프리카 카카오 재배 농민들에게 기술 지원 등으로 함께 가치를 창조했을 때는 농민 수입이 300% 늘어났지만 이익 공유 때는 10~20%만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열도를 강타한 일본 대지진에도 이 `사람 경영`이 힘을 발휘했나요.

"다행히 우리는 방사능 피해를 입지 않았어요. 물류창고에 쌓아둔 물건이 떨어지면서 포장이 긁히거나 물건이 부서지는 등 생산 관련 사고로 인해 총 35억엔(약 47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일본 기업이 손실을 입었지요. 하지만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피해 상황보다도 우리가 먼저 확인했던 것은 사원과 사원 가족들의 안전 확인이었습니다. 우리는 생필품을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상품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확인했습니다. 피해를 입긴 했지만 우리 역시 지원금 1억엔(13억원)을 성금으로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