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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정치세계에도 사랑의 기적은 있다.

럭키홍 2011. 12. 14. 17:14

한반도 통일의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원심력 제압하려면
한민족 통합의 구심력 키워나가야…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 돕고
인간다운 삶 진심으로 위하면 통일은 그 선물로 다가올 것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정치와 사랑은 통상적인 우리의 관념으로는 참 안 어울리는 이야기다. 그러나 세상일은 참으로 복잡해서 수많은 역설(逆說)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탐욕과 위선의 바다 같은 정치세계에서도 꺼져가는 등불 같은 사랑의 빛이 등대 역할을 하곤 한다.

요즈음 우리 국내 정치를 보자. 기존 양대 정당이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한나라당민주당도 미래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관련된 부정과 비리 혐의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국민은 서서히 리더십 부재의 심리적 공백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는 사람이 있다. 안철수 교수다. 그가 정치를 잘할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왜 그렇게 인기일까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한결같이 그가 컴퓨터 백신을 무료로 배부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큰돈을 벌 수 있었는데 스스로 국민과 사회를 위해 포기했던 점이 마음을 울렸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은 말만이 아닌 진정성 담긴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는 살벌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 안에서 강대국의 권력정치에 희생된 약소국들의 서러운 역사가 도처에 널려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9세기 구한말에 주변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한반도를 지배하려 경쟁했고 그 결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터졌다. 1905년 2차 영일동맹과 미·일 간의 태프트·가쓰라 밀약이 보여주듯 영국이나 미국도 흥정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인정해주었다.

1950년 김일성이 남침했을 때도 비슷했다. 중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상 한반도 전체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 통일되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참전했다. 당시 통일을 시켜야 한다는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요구는 미국 정부에 의해 거부되고 휴전이 이뤄졌다. 최근 키신저 박사는 그의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미국 정부의 휴전 결정을 당시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을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탈냉전 세계화의 21세기에 한국은 경제력 세계 15위의 국가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안 벌어질 것인가? 하지만 세상은 변해도 권력과 권력정치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몰라도 한반도가 통일될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 북쪽에 완충국가가 존재해주기를 원하고, 다른 주변 국가들도 가능하다면 분단이라는 현상유지를 원할 수 있다. 통일된 한반도가 어느 편으로 기울어 세력균형이 어떻게 깨질지 불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일의 반대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주변 국가들의 힘, 즉 원심력은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한 원심력을 약화시키는 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통일이 되어도 그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서 안심시키는 일이다. 둘째는 남북한·한민족 간의 통합을 향해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 즉 구심력을 키워나가는 일이다. 구심력은 결국 남북한 사람들 간의 화학적 통합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핵심은 남의 주민들이 북의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성심껏 돕는 일이다. 즉 이웃 사랑으로 민족 간의 구심력을 키우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권력정치이기는 하지만 거기에도 국제여론이 있다. 그리고 민족자결의 원칙이 있다. 어느 지역의 주민들이 미래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국제사회가 인정해주는 것이다. 주민들이 원하는데 그것을 주변국들이 반대한다면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명분 없는 행동으로 비난받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우리처럼 분단극복이라는 동병상련의 과제를 안고 있다.

사실 통일이 되든 안 되든 북한 주민이 굶어 죽어간다면 우선 돕는 것이 도리다. 도대체 힘없는 주민들이 무슨 죄란 말인가? 그들을 이웃 사랑의 마음으로 도와야 한다는 윤리적·도덕적 관념이 우리 사회 저변에 강하게 깔려있을 때 우리 사회에도 미래가 있다. 그러한 자세로 임했던 것이 서독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통일을 외치기보다는 동독 주민들의 삶을 먼저 도왔다. 그리고 나중에 그에 대한 선물처럼 온 것이 통일이었다.

최근 우리 정부가 유니세프를 통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했다. 남북 간 정치 관계가 풀리지 않거나 직접 모니터링하기 힘들다면 이처럼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지원하는 것이 옳다. 이번 지원으로 146만여 명의 북한 영유아와 어린이, 임산부 등이 혜택받을 것이라고 한다. 험한 정치의 세계지만 사랑의 기적을 믿고 거기에 희망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