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맹사성 이야기

럭키홍 2012. 8. 9. 08:52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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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黃喜)정승과 더불어 청렴결백한 정치가로

이름을 드높였던 맹사성(孟思誠).

그가 좌의정이라는 높은 벼슬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일화가 있습니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군수라는 자리에 올랐으니,

자만심이 엄청 가득 차 있었겠지요.

어느 날 그가 무명선사(無名禪師)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무명선사가 대답했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악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諸惡莫作 衆善奉行 (제악막작 중선봉행)

맹사성이 크게 웃으며,

"그런 건 어린 아이도 다 아는 말이 아닙니까?

먼 길을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 뿐이요."

그러자 무명대사가 말했다.

"예, 어린 아이도 다 알지만,

실천에 옮김은 팔십 노인도 어려운 일이지요."

"백번 들어 봄이 한 번 봄만 못하고,

백번 봄이 한 번 깨닫는 것만 못하고,

백번 깨닫는 것이 한 번 행동하는 것만 못하지요."

(百聞不如一見, 百見不如一覺, 百覺不如一行)

맹사성은 스님의 말을 듣고

이 스님이 보통 스님이 아니구나! 하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무명선사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면서 그를 붙잡았습니다.

맹사성은 마지 못해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찻잔에 찻물을 따르는데

찻잔 가득 넘치도록 계속 따르고 있었습니다.

맹사성이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에 물을 따르며

맹사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知識)이 넘쳐 인품(人品)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 뒤로 맹사성의 행동(行動)이 달라졌습니다.

착(善)한 일을 행동(行動)으로 실천(實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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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봅니다.

부족이 아닌 넘침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겸손"이야 말로 서로에게 좋은 관계를 만드는 기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