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원주민과 함께하는 세종시 균형발전 -조치원의 역사

럭키홍 2013. 9. 23. 16:18

                                                원주민과 함께하는 세종시 균형발전

                                                                                                          2013-09-13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세종시의 원도심격인 조치원읍은 과거부터 '점이지대(漸移地帶)'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사전적 의미로 점이지대는 두 지역의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지리적 범위다.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의 경계부에서는 도시형 주택과 농경지가 혼재된 모습이 나타나는데 수학에서 교집합을 연상케 한다.

조치원은 전통적인 교통도시다. 말(馬)을 빌려주는 뜻의 원(院)의 이름을 가진 지명은 조치원을 비롯해 장호원, 사리원, 이태원 등이 알려져 있다. 조선 초기 전국의 '원(院)'은 1310개소였다고 전해진다. 조치원이라는 명칭이 신라시대의 석학 최치원선생과 연관이 있다는 설도 있으나 이는 일제가 만들어낸 허구로 여겨진다. 연기군지에 따르면 조치원이라는 이름은 원래 갈대와 늪이 많아 새가 많이 날아든다고 해서 '새내(鳥川)'였다고 한다. 일제가 경부선 철도 가설권을 따내면서 이곳 이름을 '조천원'으로 지었으나 조선총독부의 승인과정에서 '조천원'이 일본말 '조센인'으로 발음된다는 걸 알았다. '조센인'은 조선인을 부르는 '조센징'과 유사해 이곳을 '조선역'으로 부르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치원으로 슬그머니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개명에 따른 반일감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치원 선생을 끌어들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치원은 근대 들어 목포-신의주까지 이어지는 1번 국도와 경부선·호남선 철도, 충북선,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교통의 중심지로 이름을 날렸다. 일제 치하인 1931년 조치원읍으로 신설된 이후 교통의 중심지로 활발한 유동인구를 받아들이면서 시시때때로 시(市)승격을 노렸으나 '점이지대'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연기군은 대전을 비롯해 청주, 천안, 공주 등 유력한 도시에 둘러싸여 있다. 큰 도시로 유출되기 쉬운 지대가 조치원이다. 지난해 7월 연기군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국가사업에 의해 보통시도 아닌 광역자치단체급인 세종특별자치시로 승격됐다. 시 승격만 놓고 보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대신 연기군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세종시의 대들보는 조치원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넘겨줬다.

정부는 2030년까지 50만 명 규모의 자족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행정중심복합도시에 9부 2처 2청 등 36개 중앙행정기관 및 소속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을 2014년까지 단계별로 이전할 계획이다. 시청사 등 공공청사, 공공·문화·복지시설과 광역도로를 건설하는데 모두 22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 7월 말 현재 전체 사업비의 46.5%인 10조5000억 원을 투입했다. 외부에선 이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세종시는 물론 주변 충청권에 번영을 가져다줄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세심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예산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건설지역 13%에 국한될 뿐 나머지 읍면지역은 '개털'이다. 행복도시와 주변지역의 불평등한 관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안방을 내줬는데도 세종시 공무원을 배제하고 중앙부처 성격의 행복도시건설청에 행복도시 조성의 전권을 부여한 것이나 충청지역 건설업체가 사업 수주에서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현실은 심각한 역차별로 밖에 볼 수 없다.

충청권 지자체는 행복도시라는 특혜로 인해 정부로부터 신규사업의 국비확보에 퇴짜를 맞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중앙부처이전 공무원과 가족들은 수도권 생활의 모든 특전을 포기하고 세종시라는 작은 시골동네에 정착해야 하는 고초를 호소하지만 원주민들에겐 즐거운 비명으로 들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청와대나 국회와 떨어져 있고 수장급인 총리나 장관 등은 1-2년이면 떠날 인사들이다. 결국 행복도시는 6두품의 직업공무원이 주인이 되는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복도시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난산 끝에 태어났다. 세종시 조차 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행복도시 건설의 의미는 없다. 성골·진골이 없는 행복도시에서 직업공무원과 원주민이 화합을 이뤄 지속가능한 도시모델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김형규 세종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