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85>그녀가 갑자기 화를 내는 이유
온갖 범죄자 심리를 분석해온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 그가 얼마 전 소설가 백영옥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800명이 넘는 범죄자들을 프로파일링 해본 사람인데요. 딱 한 명 분석이 안 되는 사람이 있어요. 마누라죠.”
휴일 오후를 무료하게 보내던 남자 동창 몇이서 스마트폰으로 SNS 수다를 떨었다. 그중 하나가 추억의 방아쇠를 당겼다. 인기 TV 드라마 여주인공이 예쁘장했던 여자 동창과 닮지 않았느냐는 것.
“완전 다르다”, “그게 누구냐”는 논란 끝에 누군가 옛 앨범을 찾아내어 사진을 찍어 올렸다. 다른 여자 동창의 사진도 올려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삽시간에 휴대전화 화면이 촌스러운 소녀들 사진과 중년 남자들의 말풍선으로 가득 찼다.
남자가 두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해 보며 즐거워하는데 누군가의 손이 나타나 후끈 달아 오른 휴대전화를 낚아채 갔다. 아내였다. “흥! 이건 뭐 하는 짓이야?”
그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남편이 원래 믿음직하지 못해서’, ‘여러모로 능력 부족’, ‘신경과민’, ‘철저 관리가 소신일 수도’, ‘시비 걸고 싶어서’ 등등. 그러나 일본의 여성 코칭 전문가 아라카와 마유미는 최근작 ‘여자, 못난 감정과 이별하기’에서 여자가 화를 내는 대표적인 이유로 ‘관심을 보여줘’ 심리를 꼽았다.
남자 기준으론 “사고 칠 것도 아닌데 왜 난리냐”일 테지만, 아내로선 남편이 다른 데 관심을 쏟는,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아라카와는 “오랜 세월 동안 남성에 생계를 의존해온 여성의 무의식에는 ‘나를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그들로선 남자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명확한 기준을 요구한들 소용없는 일이다.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최고의 프로파일러조차 아내는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할까.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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