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의 '발품'

럭키홍 2015. 2. 12. 10:33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의 '발품'

충남 소주회사 '선양' 인수 후 계족산에 14.5㎞ 황톳길 깔아… 맨발 걷기로 치유의 기쁨 나눠
현장서 부지런히 발품 팔아야 문제점 파악하고 逆발상 생겨

대전·충남 지역의 소주 회사 선양을 인수해 경영한 지 1년 반쯤 지난 2006년 4월 일이다. 동창생들이 대전으로 찾아와 근처 계족산(鷄足山)으로 나들이를 갔다. 그런데 일행 중 여성 한 명이 하이힐을 신고 있어 산행이 힘겨웠다. 기사도(騎士道)를 발휘해 내 운동화를 벗어주고, 나는 양말만 신고 산에 올랐다. 산 중턱 임도(林道)가 돌길이었는데, 발이 좀 아팠지만 걸을 만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는데 발끝은 물론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묘한 느낌이 들었고, 오랜만에 푹 잤다. 돌길을 맨발로 걸었더니 발바닥 지압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그날 이후 매일 계족산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맨발 산행 효과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다. 돌밭 위를 걷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생각에 길에 황토를 깔기로 했다. 2006년 가을부터 작업을 시작해 계족산에 14.5㎞ 길이 황톳길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말랑말랑하고 푹신한 느낌이 드는 황토를 공수해 깔았다. 처음에 덤프트럭 100대 분량 황토를 쏟아부었고, 비가 오면 휩쓸려나가는 황토를 수시로 보충하고 관리했다. 난 계족산에 손바닥만큼도 땅이 없지만, 지금까지 황톳길에 60억원 정도를 쏟아부었다.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이 자신이 만든 계족산 황톳길에서 맨발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이 자신이 만든 계족산 황톳길에서 맨발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그는“회사 경영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맥키스컴퍼니 제공
처음엔 회사 안팎의 반대가 심했다. '회사 홍보라도 되게 공짜 술을 돌리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맨발 걷기로 건강과 치유의 기쁨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 당장 시장점유율 1%포인트 올리는 것보다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06년부터 계족산에서 맨발 마라톤 대회와 맨발 걷기 대회를 열었고, 2007년부터 주말이면 황톳길 숲 속에서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을 열고 있다. 이제 계족산 황톳길은 매주 전국에서 4만~5만명이 방문하는 맨발로 걷기 명소(名所)가 됐다. 황톳길을 매개로 한 꾸준한 사회 공헌 활동 덕분에 2013년 더맥키스컴퍼니로 이름을 바꾼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나는 일주일 중 최소한 닷새는 새벽에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담당 인부를 만나 작업 지시를 한다. 언제부터인가 계족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작업반장'이라고 부른다. 아예 내 명함에도 '황톳길 작업반장'이라는 직함을 더해 새겨 넣었다.

난 모든 경영 활동은 부지런한 발품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경영자가 직접 발품을 팔고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해야만 부하 직원들에게 정확하고 적절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직원들에게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는데, 현장에서 답을 구하는 '왕도(王道)'는 발품을 파는 것이다.

기업·공공기관·대학교 등에서 1년에 50~60회 정도 '역발상'을 주제로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1인 창업으로 전화 음성 서비스 사업을 하다가 주류 회사를 인수한 것, 황톳길을 매개로 에코 힐링(Eco-healing·자연을 통한 치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맨발 전도사'가 된 이력(履歷)이 남들과 다른 역발상의 결과라는 것 때문이다.

조웅래 회장 명함엔 캐리커처와 함께‘황톳길 작업반장’이라고 적혀 있다.
조웅래 회장 명함엔 캐리커처와 함께‘황톳길 작업반장’이라고 적혀 있다.
역발상은 번개 치듯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 발상 전환 역시 걷고 또 걷는 발품에서 나온다. 직접 발로 뛰며 느끼지 못한다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을 다니다가 나 자신이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원격 검침 계량기'를 만드는 대구의 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술 영업 담당으로 전화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다가 첫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유선 전화망을 이용한 음성 서비스 사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에 1992년 전 재산인 2000만원을 투자해 전화로 운세를 봐주는 전화 정보 서비스업을 시작했다. 전화 회선을 확보하고, 방 한쪽에 자동 응답 기계를 들여놓았다. 문제는 홍보였다. 매일 전단 한 뭉치를 들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고객이 늘면서 사업은 자리를 잡았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친구나 애인에게 음악 메시지를 전달하는 '700-5425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 혼자 듣던 음악을 다른 이에게 선물해 들려주자는 역발상은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1995년 시작한 700-5425 서비스는 IMF 외환 위기 때에도 광고비로 100억원을 지출할 정도로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IT의 급격한 발전은 내 삶을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통신 기반 콘텐츠 사업 확대를 계획했지만, 무선 인터넷망 개방이 지연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난 콘텐츠 벤처기업에서 제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2004년 말 대전·충남 지역 소주 회사인 선양을 인수하자 주변에서는 생뚱맞다며 걱정했다. 당시 선양은 지역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해 본거지인 대전에서도 시장점유율이 40%를 밑돌았다. 회사 인수 후 첫 작품이 기존 소주보다 산소를 3배 더 넣은 소주 '오투린'이었다. 산이나 바다에 가서 소주를 마시면 술이 덜 취하고, 깨기도 일찍 깨는 데 착안한 제품이다.

전 직원이 열심히 발품을 판 덕분에 더맥키스컴퍼니는 대전·충남 소주 시장의 선두 업체가 됐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전에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열자'는 진심이 통한 것이다. 나는 발품을 파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다. 발품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웅래 회장은 누구인가?]

조웅래(56)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은 자신을 '잡놈'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것저것 섞인 잡(雜)의 의미는 융합과 통한다"며 "영역을 뛰어넘고 틀을 파괴하는 잡놈이 '난 놈'"이라고 말한다.

경남 함안 출생인 조 회장은 경북대 졸업 후 삼성·LG 계열사를 다니다가 1992년 1인 창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휴대전화 벨소리 서비스 '700-5425'로 큰 성공을 거뒀고, 2004년 대전·충남 지역 소주 회사인 선양을 인수했다. 2013년 다른 술이나 음료에 섞어 마시는 국내 최초의 믹싱주 '맥키스'를 출시하고, 회사 이름도 '더맥키스컴퍼니'로 바꿨다.

2000년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51차례 풀코스(42.195㎞)를 완주했다. 내년 봄 7일간 250㎞를 달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