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풍경
홍 종 승
동네 앞 대덕대로 사거리 횡단보도
사람들이 폭우 속에 민방공 훈련하듯 뜀박질을 한다
10 9 8 7 6 5 4
깜빡이는 숫자가 4를 가리키는데
리어커 끄는 아저씨, 홀로
한 짐의 빗방울 온 몸에 짊어지고
흰 밧줄 끌어 당기며 한 발짝, 두발짝 헤엄을 친다
한 발 뻗을 때 마다 내려 쬐는 헤드라이트 불 빛
밀려드는 차량들 속에
아저씨의 애간장은 빗물에 녹아난다
3 2 1 0
신호등 바뀌자 마자
성난 파도 밀려오듯 부저소리
뒷동산 만한 하마에게 울려댄다
0 0 0 0
기왓장 깨지는 소리 외쳐 대는 트럭 운전사,
독수리 눈같이 내려 쪼는 버스 운전사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한마디,
-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것이라고 -
어저씨의 굵은 땀방울에 빗물도
슬며시 자리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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