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의 성공비결은 메모광+독서광
[머니위크]술술술 경영학 2부/술(述)의 법칙(9)
“능력만 갖고는 조직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한가지 더 필요한 게 ‘인간력’이다. 일에 대한 태도, 열정, 조정력 등이 인간력이다. 이 두가지가 겸비돼야 조직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사장의 노트>(서울문화사刊)에 나온다. 저자 하세가와 가즈히로 회사력연구소 대표는 27세 때부터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 등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험한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메모한 200여권의 노트를 토대로 책을 만들어 냈다.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진입했으며, 출간 3개월 만에 무려 30만부가 판매됐다고 한다. 책은 지난 1월 국내에 이미 번역 소개된 바다. 이 책은 한 신문에 실린 서평을 보고서 처음 알았다.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퍼뜩 <논어>에 등장하는 한 말씀을 떠올렸다. 말씀은 ‘자한(子罕)’에 등장한다. 소개하면 이렇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싹으로서 꽃 피우지 못한 자도 있고, 꽃 피우고는 열매 맺지 못한 자도 있게 마련.”(子曰 苗而不秀者, 有矣夫, 秀而不實子, 有矣夫)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가지다. 묘(苗, 싹)와 수(秀, 꽃), 그리고 실(實, 열매)이 바로 그것이다. 해마다 나무는 겨울을 견디고 봄이 오면 새싹을 틔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꽃은 언제나 묵은 가지에서 핀다'는 사실은 여태까지 몰랐다. 영산대 배병삼 교수는 논어의 말씀을 주석하면서 ‘조선조의 인파선사(人坡禪師)가 남긴’ 시 한수를 통해서 ‘싹’과 ‘꽃’의 차이가 어디서 오고 또 왜 다른가를 ‘적절한 것’으로 설명하며 인용한 바다. 옛시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樹樹皆生新歲葉 (수수개생신세엽) 나무마다 새해 되면 잎이 나지만 花花爭發去年枝 (화화쟁발거년지) 꽃은 언제나 묵은 가지에서 피네 그렇다. 꽃은 ‘거년지(去年枝)’에서 피우지, ‘신년지(新年枝)’에서 피우지 못하는 법이다. 이는 마치 말콤 그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강조한 바 있는 ‘1만 시간의 법칙’과 맥락이 서로 상통하는 셈이다. 그러니 옛시는 기막힌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하세가와 대표가 <사장의 노트>에서 말하는 ‘능력’이란 내 보기에 ‘싹’이다. 싹으로는 ‘꽃’(성공)을 피우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태도, 열정, 조정력 등의 인간력은 일정한 기간 ‘묵은’ 세월을 자연과 같이 인간사, 기업의 세계에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인간력 운운은 어쩌면 논어의 말씀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어쩌랴. 꽃을 이미 피었다고 자만할 것인가. 그러면 안 된다. 꽃 피우고 ‘열매 맺지 못한’ CEO가 세상에 어디 한둘뿐인가. 무수히, 참으로 많을 것이다. 1993년 회사력연구소를 열어 부실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시작했다는 하세가와 대표의 경우를 보자. 그의 성공 신화가 이룩되는, 즉 열매를 맺는 것에 있어서 ‘아이디어 노트 200권’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40여년간’을 묵은 노트가 있었다. 그랬기에 불과 3개월 만에 30만부가 팔리는 ‘열매’를 맺을 수 있었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학력(學歷)은 있어도 학력(學力)이 없는 사람’은 ‘싹’만 있을 뿐,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래서 기억만 가지고는 꽃을 피우기 어렵다. 때문에 ‘기록(述’)하는, 즉 그것을 ‘묵히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요컨대 ‘메모하는 습관’을 오랫동안 공들이며 키워야 한다. 다르게 이야기 해보자. ‘싹’을 ‘술(酒)’로 비유하자. 그리고 ‘꽃’을 ‘술(述)’로 대신하자. 술 잘 마신다고 조직에서 성공이 보장되는가. 이것은 정말 아니다. 하지만 술(酒)도 적당히 할 줄 알고, 메모하는 습관을 키우는 술(述)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술술 풀린다’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싹’이 술(酒)이라면 ‘꽃’은 메모가 된다. 메모하는 습관은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야지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하세가와는 ‘게으른 인재보다 부족하지만 성실한 사원이 낫다’고 책에 주장한다. 맞는 얘기다. 생각해 보자. 술고래가 되었다면 게으른 인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다음날 아침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다. 부족하지만 성실한 사원 소리를 듣고 싶다면 ‘열심히 메모하는 습관’으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싹이 없이는 꽃을 피울 수는 없는 법. 그렇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술(酒)자리를 피하고는 메모하는 것만으로 승진(꽃)도 현실은 냉혹할 정도로 어렵다. 이게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주소다. 해서 ‘술술(酒述)’에 체질적으로, 의도적으로 강해져야 한다. 그런 거다. 여기 월급쟁이 출신으로 최고 반열에 오른 국내 기업인이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세계일보 이보연 기자가 쓴 윤종용 상임고문에게는 ‘한국 전자의 산 증인’, ‘국보급 CE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하면서 42년의 경영 인생을 시작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77년 삼성전자 도쿄 지점장으로 발령받았을 때부터였다. 위에 글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입사(싹)는 1966년. 윤 고문이 두각(꽃)을 본격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1977년. 이렇듯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0년의 묵은 세월(1만 시간의 법칙)이 필요한 법이다. ‘싹’에서 ‘꽃’으로 피어날 때 묵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이윽고 이보연 기자는 윤 고문을 책에 설명한다. 그가 일본어에 능통하고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 8개 사업 부문을 거치면서 그는 야전사령관의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삼성전자 가전 부문 대표이사 부사장(1990년), 삼성전기 사장(1992년), 삼성전관 사장(1994년) 등을 역임하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테크노 CEO’로 인정받았다. 윤종용은 꼼꼼하고 논리적인 성격으로 이건희 전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신경영’을 주도했다. (중략) 윤 고문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전공인 공학은 물론 인문학, 특히 역사학에 조예가 깊다. 미술사와 사서삼경을 비롯한 중국 고전에도 해박하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기 위해 늘 도서관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큰 스승 누구라도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윤 고문은 또한 중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 습관이 남은 ‘메모광’이기도 하다. 하세가와 대표가 27세 때부터 ‘메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 윤 고문은 ‘중학생’ 때부터 메모를 했다. 그렇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식으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다. 윤 고문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입사 후 10년 뒤였다. 그리고 CEO라는 열매를 맺은 시기는 좀 더 뒤였다. 또 있다. ‘한 가지 더’다. 그것은 능력 외에 ‘독서광’이라든가, 아니면 ‘메모광’이라는 인간력을 들 수 있다. ‘술술 풀리는’ 직장생활에 역시 술(酒)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싹’이지 ‘꽃’이 아니다. 당신도 ‘꽃’을 피우고 싶은가. 그것은 간단하다. 하세가와처럼, 아니면 윤종용처럼 메모광이 되면 가능하다. 아직도 술자리에 기웃대서 받은 명함을 잔뜩 모아놓고 그것이 인맥이라고 떠드는가. 그것은 당신의 ‘착각’일 뿐이다. 하지만 명함에 그 사람에 대한 간단한 인상착의 혹은 특징 등을 적기(述) 시작한다면 얘기는 틀려진다. 당신의 진정한 인맥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의 꼬였던 인생과 비즈니스가 그 때부터 찬란할 정도로 어쩌면 ‘술술 풀릴’지도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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