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눈앞의 효율보다 10년 후를 설계하라

럭키홍 2010. 3. 31. 15:27

  

눈앞의 효율보다 10년 후를 설계하라

                                                -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채널아일랜드(CSUCI) 석좌교수 -

비용 절감 등 효율성 극대화는 한계
애플이나 구글의 경영자들처럼새 사업 설계하는 건축가가 승리해

대공황에서 벗어나면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용 절감과 판매 증대, 수익 향상, 점유율 확대에 집중했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고위 경영자들이 향후 10년간 쓸모가 있을 선견지명을 발휘할 때다.

도요타가 좋은 사례다. 지난 몇 년간 도요타는 재무 전문가들이 운영해 왔다. 도요타는 '린 생산방식'을 창안, 모든 제조 단계에서 비용 절감을 이룩했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품질을 양보하게 됐고, 최근 대규모 리콜로 인한 기업 이미지 손상은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지나친 비용 절감은 국가 경제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영국에서는 효율성과 생산성이 국가적 목표였다. 노동조합들은 세력이 약화됐고 기업들은 수백만 명의 근로자를 해고했다. 생산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일부 사람들은 영국이 제조업 생산성에 있어 또 다른 일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외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국산 제품 판매는 줄어들었다. 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더 빠르게 고용이 줄었다. 그 결과 영국은 지금 '유럽의 환자'로 불린다.

오늘날의 살인적인 경쟁 체제에서 인력 감축은 흔해졌다. 몇몇 기업은 사람이 회사의 가장 소모적인 자산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모든 기업은 사기가 떨어졌다. 인력감축은 근본적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다.

비용 절감은 단기간에 수익을 향상시키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경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인들은 경기 침체나 통화 가치의 강세, 지나친 정부 규제를 탓하곤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짜 문제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고위 경영자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부족한 게 문제다.

경영인들은 단기적인 문제에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반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을 내지 않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고위 경영자들이 외부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겨우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GE의 CEO를 지낸 잭 웰치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기업인의 귀감이다. 1980년대 중반 그가 GE의 CEO가 됐을 때 GE는 전구와 부엌 가전 등을 생산해 큰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잭 웰치는 그런 사업은 아시아 기업들이 곧 맹공격해 올 것으로 정확히 내다보고, 사업의 중심을 초음파 검사기와 MRI(자기공명영상) 기기 같은 의료 기기와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는 그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견지명이 있는 경영자라면 시장의 규칙을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다른 기업이 만든 규칙을 따라가선 안된다. 새로운 시장의 규칙을 만들어 다른 기업들이 이를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시장의 규칙을 만든 사람들이다. 구글이 설립되기 전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검색시장에서 비슷한 기술로 경쟁하고 있었다. 신생 기업인 구글은 새로운 검색기술을 도입, 불과 몇년 사이에 검색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희생하면서 운영상의 효율에만 지나치게 집중해선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도요타의 경영진은 주력해야 할 분야를 잘못 파악하는 바람에 몇 년간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다. 카메라 필름을 만드는 코닥은 시장을 선점한 기존 사업에만 매달려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 소니가 처음 필름이 없는 디지털카메라 '마비카'를 출시했을 때 코닥의 경영진은 디지털카메라를 기회가 아니라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코닥은 미국 필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필름이 없는 디지털카메라를 좋아했고, 코닥의 매출은 부진해졌다. 현재 코닥의 고용 규모는 과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성공한 기업의 경영자들은 기존의 기술을 조금씩 바꿔서 땜질식으로 이용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설계하는 건축가임을 역사는 보여준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건축가다. 애플은 기존에 존재하거나 빌려온 기술을 활용, 기존 제품을 개조하고 재설계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신제품을 창조해냈다. 제조와 서비스 분야에서 많은 기업은 현재의 사업 방식을 개선하는 일에만 노력하다 쇠퇴했다.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생각하고 상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지난 10년간의 최고 CEO'로 선정했다. 
 
 어떤 기업도 시장 주도권을 영원히 보장받지 못한다. 시장 주도권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애플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반면 코닥이나 GM은 시장에서 그들의 주도권을 재창출하는 데 실패했다. 고위 경영자의 선견지명이야말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