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Weekly BIZ] "브레인 스토밍은 알고 보면 노 브레인 스토밍"-

럭키홍 2010. 7. 16. 08:09

심리학자 스콧 릴리언펠드 교수
'철석같은 심리학 속설'을 해부하다

다음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 ×로 답해 보자.

①술을 이것저것 섞어 마시면 빨리 취한다. ( )

②아기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면 머리가 좋아진다. ( )


③개는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 ( )

④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팝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팝콘
매출이 급증한다.( )

⑤여럿이 모여 브레인스토밍 하면 각자 아이디어를
내라고 할 때보다 나은 결과가 나온다. ( )


독자 여러분이 만일 3개 이상 ○라고 답했다면, 잘못된 '심리학 신화(神話)'의 신봉자일 가능성이 크다. (정답은 5개 모두 ×이다. 설명은 기사 맨 아래에)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니까.

그러나 진실을 알 필요는 있다. 잘못된 인식은 잘못된 행동을 나을 수 있으니까. 때로는 치명적인….

 

Weekly BIZ가 에모리대 심리학과의 스콧 릴리언펠드(Lilienfeld) 교수를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자칭 "심리학 신화 사냥꾼(myth buster)"이다. 위에 예시된 심리학 신화들은 모두 그가 지난해 쓴 〈유혹하는 심리학·50 Great Myths of Popular Psychology〉라는 책에 인용된 것들이다. 그는 3명의 다른 교수와 함께 쓴 이 책에서 50가지의 심리학적 상식이 왜 진실이 아니라 신화인지를 해부하고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그가 2004년에 낸 〈임상심리학의 과학과 사이비과학·Science and Pseudoscience in Clinical Psychology·국내 미출간〉이란 책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현재 '회의적인 탐구 위원회(Committee for Skeptical Inquiry)'의 회원이자 '회의적인 탐구자들'이란 학술지의 편집자를 맡고 있다.

문제는 심리학 신화가 기업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례 ⑤의 브레인스토밍은 많은 기업에서 아이디어 창출 기법으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그런데 효과가 없다니….

에모리대 캠퍼스는 방학 중이라 한산했지만, 릴리언펠드 교수는 책 더미 속에 파묻혀 잘못된 심리학 신화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는 상식과 직관을 경계하라고 말했다. 릴리언펠드 교수 제공

릴리언펠드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입견과는 달리 브레인스토밍은 사람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보다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한 명씩, 혹은 소집단, 대집단으로 나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게 한 실험이 여럿 있었는데, 여러 사람이 모이는 브레인스토밍이 가장 판단의 질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어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나는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란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그룹으로 모여 있으면 책임감을 덜 느끼고 게으름을 부리게 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나쁜 아이디어가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집단지능이란 없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집단지능은 아이디어들이 서로 독립적일 때 제대로 작동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스무 명을 한 방에 넣지 말고, 스무 명 모두를 다른 방에 넣고 서로 이야기할 기회도 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무 개의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추리는 겁니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작아집니다. 스무 명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다섯 명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나머지 열다섯 명은 그냥 '그래. 나도 동의해! '하고 말거든요."

조선일보 DB 잉크의 얼룩처럼 생긴 그림들을 보여주고 그 그 림이 무엇처럼 보이는지 물어보는‘로샤 검사 (Rorschach Test)’는 과연 성격을 파악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릴리언펠드 교수는“압도적 다 수의 연구들은 로샤 검사가 본질적으로 성격 특 성과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는 미 남부를 대표하는 명문 중 하나이다. 심리학과는 특히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방학을 맞은 에모리대는 공원처럼 호젓했다. 온갖 책과 자료들로 점령된 책상 한 모서리에 그는 파묻혀 있었다.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인터뷰는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이뤄졌다.

릴리언펠드 교수는 굵직한 테너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한데 모이면 '집단사고(group think)'라는 것도 작동하기 쉽습니다. 사람이 집단으로 모이면 합의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죠. '어떤 형태로든 컨센서스를 마련해 보자.' 이렇게 되면 남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꺼려질 수 있습니다. 요즘 심리학에서 관심이 높은 분야입니다."

그의 책에서 특별히 주의 깊게 보았던 대목 중 하나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에 관한 것이었다. 요즘 기업계에서는 "좌뇌형"이니 "우뇌형"이니 하는 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좌뇌는 논리와 분석을 대변하고, 우뇌는 감성과 창조를 대변한다. 경영 구루들은 한결같이 "우뇌형 인간이 되라"고 노래 부른다. 뇌의 양쪽 부분이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 메타포다.

그런데 '신화 사냥꾼'은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 따로 있다'는 생각 역시 신화의 하나라고 말했다. "물론 좌뇌와 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증거는 충분히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차이가 너무 과장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좌뇌와 우뇌는 서로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더 많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운동선수들은 큰 경기를 앞두고 성관계를 가지 면 안 된다’는 것도 심리학 신화 중 하나이다. 연 구 결과 섹스는 평균 50kcal를 연소시킬 뿐이며 근육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출처:〈유혹하는 심 리학〉

릴리언펠드 교수를 만난 것은 지난달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그리스를 2대 0으로 이기고 나서 사흘 뒤였다. 그는 좌뇌형, 우뇌형 논란을 월드컵에 비유해 설명했다.

"만일 제가 '한국이 그리스를 100대 0으로 이겼다'고 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이 이기긴 했으니 약간의 진실이 섞여 있긴 하지만 100대 0은 과장이고, 사실이 아닌 것이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는 일이 대중심리학(pop psychology)에선 매우 흔하게 벌어집니다. 뇌의 양쪽을,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명의 다른 사람처럼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거기엔 약간의 진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 결과 좌뇌와 우뇌는 기능 면에서 매우 비슷합니다. 대중심리학자들의 주장에는 엄청난 과장이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뇌의 두 반구 사이에 늘 커뮤니케이션이 오고 간다는 겁니다. 한쪽이 다른 쪽과 독립적이지 않고 늘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죠."

■좌뇌와 우뇌의 차이는 너무 과장됐다

―우뇌가 없으면 좌뇌가 우뇌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고도 하던데 사실인지요.

"그렇습니다. 뇌의 한쪽 반구가 손상을 입으면 다른 반구가 그 기능들을 대신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신경과학에서 '가소성(可塑性·plasticity)'이라고 부르는 연구입니다."

―예를 든다면?

"만일 어떤 사람이 우뇌를 다친다면 사물을 시각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공간 지각력이 떨어지고, 길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나중에 가서 좌뇌가 그런 기능들을 대신한다는 겁니다. 바로 여기 에모리대에서 신경학을 연구하는 분들도 그런 사실을 밝혀냈어요. 이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뇌라는 게 얼마나 유연한가 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이유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좌뇌와 우뇌가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많다니 뜻밖입니다.

"사람들은 차이를 강조하죠. 재미있고 극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보를 처리하는 기본적 방법에 있어서 둘은 차이보다는 닮은 점이 훨씬 많습니다. 뇌의 한쪽 반구가 다른 반구가 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한쪽이 다른 쪽보다 좀 더 빠르고 뛰어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질 볼트 테일러(Taylor)라는 뇌 과학자가 뇌졸중으로 한때 좌뇌 기능이 마비됐을 때 정신적으로 '열반'을 경험했다는 강의를 TED(세계적인 지식 콘퍼런스)에서 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우뇌 깊숙이 들어가는 데 시간을 쏟을수록 우리는 세상에 더 많은 평화를 투사하게 되고, 지구는 훨씬 평화로워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녀의 책을 보지 못해 판단을 유보해야 하겠지만 상당히 극단적인 주장처럼 들립니다. 그녀가 매우 극적인 체험을 했고,그것이 그녀의 세계관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세상을 생각하는 한 가지 방식이 다른 방식들보다 본질적으로 낫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심리학에서 배우는 게 있다면 직관과 영적인 것, 신비주의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것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직감과 예감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겪었던 금융위기란 것도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이 육감과 직감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연이 우리에게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은 우리의 직감이 잘못됐을 때 그것을 조절하라고 한 것은 아닐까요?"

그의 말은 우뇌를 '물신 숭배' 하는 데 이른 요즘 경영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 늘 그렇듯이 뇌도 균형이 중요한 것이다. 좌뇌와 우뇌가 균형을 이루는 '양뇌형(兩腦型)' 혹은 '전뇌형(全腦型)' 경영자가 될 수 있다면 최선일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직관을 경계하라

그가 책에 쓴 심리학 신화 50가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주일로도 부족할 것 같았다. 호기심을 잠시 누르고 질문을 돌려 보았다.

―왜 심리학 신화 사냥꾼이 됐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10대가 되어 심리학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저는 과학을 사랑하는 것은 곧 진리를 사랑하는 것이고, 진리 탐구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리 탐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닌 것을 찾아내 뿌리 뽑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물의 가장 밑바닥까지 가보고 싶다는 것이죠. 이는 필연적으로 신화(myth)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어 갑니다. 과학의 역사란 신화를 수정해온 역사에 다름 아닙니다."

―"과학은 상식이 아니다(Science is uncommon sense)"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의미는?

"오늘 아침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Sagan)의 책을 읽었는데, 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더군요. '우리의 직감과 상식에 맞는 것이 사실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라고요. 예를 들어 지금 우리는 이렇게 앉아 있고, 움직이고 있다고는 전혀 느낄 수 없지만 사실 우리는 초당 수백 마일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지구도 움직이니까·편집자 주)

과학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가 끊임없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과학의 수많은 진보는 사람들이 상식을 거슬러 감으로써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심리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원초적으로 부족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직감에 의존하게 되죠.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옆길로 새게 만들고 실수를 하게 만듭니다."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한데도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가 더 많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신종플루(swine flu)도 비슷한 경우인가요?

"애틀랜타에는 큰 공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친구를 차에 태워 30분간 운전해 거기로 데려다 주고 나서 한다는 말이 '안전한 여행이 되길 바란다!'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안전한 여행을 빌어줄 사람은 제가 아닌 제 친구입니다. 제가 사고가 날 확률이 그 친구의 몇백 배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요? 애틀랜타에선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거의 매일 같이 생겨나기 때문에 뉴스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행기 사고가 나면 1면 톱 기사가 됩니다.

신종플루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것은 분명히 위험하고 끔찍한 것이죠.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때문에 죽죠. 하지만 신종플루가 다른 종류의 유행성 감기보다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거나 매우 적습니다. 여기 에모리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가 있는데 거기서도 그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디어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니까 그렇게 믿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현대 세계에 살고 있지만 뇌는 석기(石器)시대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디어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직관을 항상 신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회복력이 강하다

―금융위기와 함께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매우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 대니얼 카너먼(Kahneman)이 심리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요즘 댄 애리얼리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동안 경제학이 그럴 듯하지만 사실은 거짓인 모델에 지배돼 왔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 선택 모델이 그것입니다. 인간은 합리적 주체이고 늘 비용과 편익을 조심스럽게 따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인간이란 끔찍스럽게 비합리적인 존재입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의 예를 들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인생은 늘 '하느냐, 마느냐'로 점철돼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좋은 직장을 찾는 것이야. 그렇게만 되면 난 행복해질 거야'라는 식이었죠. 그러나 심리학 연구결과를 차치하고라도 저는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사람은 늘 부정적인 일이나 긍정적인 일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기분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당첨 직후에는 정말 행복합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 다시 측정해 보면 당첨 이전 상태로 기분이 돌아간다는 겁니다.

9·11 테러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 일 이후에 많은 전문가들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급격히 퍼지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도 그런 환자는 결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상심하고, 불안해하고, 화가 나고,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몇 달이 지나자 원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람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회복력이 강하고(resilient), 역경을 잘 극복해냅니다."

―'다른 사람에게 원하는 행동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하는 반응이 나올 때 간헐적으로만 보상해주는 것'이라는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이죠. 개나 고양이를 훈련시킬 때 묘기를 부릴 때마다 먹이를 주면 좋지 않습니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당장 멈춰 버리니까요. 좋은 방법은 간헐적으로 보상하는 것이죠. 시간은 좀 더 걸릴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인간 세상의 카지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씩 잭팟이 터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학대적인 관계(abusive relationship)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도 그것입니다. 학대적인 파트너라고 해서 늘 못되고 비열하게 구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간헐적으로 보상을 하죠. '정말 미안해. 내가 그렇게 굴다니. 다신 안 그럴게'하면서 잠시 동안 잘 대해 줍니다.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꽃을 선물하기도 하죠. 하지만 머지않아 그들은 예전 버릇으로 돌아갑니다.

학대적 관계의 피해자들은 '간헐적 보상'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알고 나면 인생이 달라질 겁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이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심리학을 모르거나 잘못 이해해서 불건전한 관계에 빠져들어 버리고 말죠. 많이 알면 알수록 잘못된 관계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약 2시간의 인터뷰 동안 기자의 심리학 상식들은 무참히 깨져갔다. 하지만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흥미로운 대화였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늘 진실을 추구하려는 치열한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는 다시 '신화 사냥꾼'이 되어 책 무더기 속으로 돌아갔다.


릴리언펠드 교수는


임상 심리학자. 코넬대 심리학과를 나와 미네소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리학 신화 사냥꾼'으로 유명하지만 학문적으로 주된 연구 분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psychopathic personality)에 관한 것이다. 죄수들에 대해 연구하기도 한다. 1998년 미국 임상심리학회가 공헌도가 높은 학자에게 주는 데이비드 샤코우(David Shakow) 상을 수상했다. 임상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학술지인 〈정신건강 과학 리뷰〉의 편집자이다.


맨 윗 문장에 나오는 문제들의 정답

①(×) 술의 종류가 아니라 마신 양으로 술 취하는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②(×) 모차르트 효과는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③(×) 개는 적록 색맹이지만 파란색과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볼 수 있다.

④(×) 1950년대 제임스 비커리라는 마케팅 컨설턴트는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3000분의 1초 동안 화면에 반복해서 메시지를 띄워 관객들이 팝콘과 코카콜라를 많이 사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많은 비판을 받은 뒤인 1962년 비커리는 한 망해가는 컨설팅 회사를 살리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라고 인정했다. 현재까지도 잠재의식 메시지가 소비자의 결정이나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⑤(×) 대부분의 연구에 따르면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질이 개인들 각자가 내놓은 아이디어의 질보다 떨어진다. 

출처:〈 유혹하는 심리학〉

애틀랜타=이지훈 Weekly BIZ 에디터 jhl@chosun.com